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에 성난 미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이 ‘석유전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범 정부 투기세력 특별 조사팀을 구성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연간 40억 달러에 달하는 정유업계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의회에 촉구했다.
2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에 보낸 서한에서 고유가로 정유사들이 엄청난 분기 순익을 낼 것이라며 세금 감면 혜택이 필요하지 않다며 의회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유가상승을 제어할 마법탄환(silver bullet) 없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인들이 유가급등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금감면 혜택 폐지에 따라) 조성된 자금을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해 해외 원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베이너 하원의장이 ABC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적자 감축을위해 정유ㆍ가스업체들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으로 석유메이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공화당을 압박하는 측면도 강하다.
미국인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내년 재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과반수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운용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고유가를 주요한 이유로 꼽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유가 급등과 관련, 투기 세력 색출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특별조사팀 구성을 지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정유ㆍ가스산업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문제를 끄집어 내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서한은 정치적인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년 대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한편, 이번주 후반 1ㆍ4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고유가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엑손모빌의 경우 1ㆍ4분기중 1,149억 달러 매출에 120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