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은 2011년에 이어 또 해킹을 당한데다 당시 지적된 문제가 아직 고쳐지지 않아 고강도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금융권 전반의 보안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금융감독원은 27일부터 약 2주일 동안 농협·신한·제주은행과 농협 계열사인 NH생명보험·NH손해보험 검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해킹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는지, 보안 프로그램이나 전문 인력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을 점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킹에 심각하게 노출된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 조치하는 게 이번 검사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들 5개 금융회사는 내·외부 전산망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해킹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협은행은 2011년 해킹으로 전산망이 마비됐을 때도 내·외부망을 분리하지 않은 점이 지적됐지만, 이를 여태껏 개선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농협은행 길동지점의 단말기로 침입한 악성 코드가 서버를 거쳐 각 지점의 컴퓨터와 자동화기기(CD·ATM)로 번졌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IT본부가 모든 금융 계열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직 개편되지 않은 탓에 농협은행의 해킹이 계열 생·손보사로 번진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2년 전 한바탕 곤욕을 치렀음에도 해킹의 표적이 되는 일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농협금융지주나 산하 계열사는 검사가 끝나면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관리 소홀이나 규정 위반 등 문제점이 드러나면 중징계도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일부 회사의 전산시스템이 해킹에 노출되고 금융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1년엔 상황을 몰랐다는 이유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징계를 피했지만, 이번엔 신동규 농협금융지주회장이나 신충식 농협은행장의 책임을 물을지 주목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농협은 신경분리(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했으면 IT 조직도 서둘러 정비해야 하는데, 진척이 매우 더디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검사를 마치는 대로 전 금융권의 IT·보안 실태를 점검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IT·보안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금융위는 이른바 ‘5% 룰’로 불리는 ‘5·5·7 규정’을 ‘7·7·10’ 등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5·7 규정이란 ▲ 금융회사 인력의 5%를 IT 부문 배치 ▲ 이 중 5%는 보안인력으로 확보 ▲ IT 예산 중 7%는 보안예산으로 편성토록 한 것이다.
현재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지만, 종합대책에는 과태료 부과 등이 포함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상당수 금융회사에서 정보책임자(CIO)가 정보보안책임자(CISO)까지 겸직하는 것으로 판단, 겸직을 금지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보안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금감원이 엄정하게 제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