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뒷북 금융대책] 정부대응이 금융시장 망친다

대우 및 투신환매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양상을 조기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지난 기아사태때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두달 사이에 11번의 증시대책을 포함, 무려 18번의 대책을 내놓으며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했던 정부가 이번에도 과거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이 터지면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정부 대응이 금융시장 불안을 가속화시키고, 그 사이에 투자자와 대우 협력업체들만 골병이 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투신 환매사태에 따른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특별한 명분이 없는한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투신상품에 공적자금을 직접 지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해 명분축적을 기다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투신사의 한 간부는 『현재의 시장상황이 화급을 요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책임회피를 위한 명분쌓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시장에 비상사태가 발생한 다음에 대책을 발표한다면 그 피해규모는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 금융안정을 위한 선제적 처방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미매각 수익증권을 떠안은 채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리방안도 오리무중이다. 이와 함께 뚜렷한 방향없이 발표되는 정부의 임기응변식 정책대응도 문제로 지목된다. 투신환매 처리를 놓고 여러 차례 혼선을 빚은 것이 대표적 사례. 이같은 정책부재 속에 집권당마저 나서 설익은 대책으로 혼선을 부채질하는 등 정책집행 과정의 난맥상도 드러나고 있다. 국민회의는 지난주말 당정회의후 대우채권의 분리처리를 발표했다가 몇시간만에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대유리젠트증권의 이영근(李英根)이사는 『지난 97년 기아자동차 처리를 지연시키다가 결국 환란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었다』며 『최근의 금융불안 양상에 대해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기아때와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기아사태 때와 달리 외환수급은 문제가 없어 제2의 환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금융시장 마비로 인해 경제회복 및 구조조정에 큰 차질을 빚는 한편 주가하락에 따라 자칫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일이 터지면 그 때가서 미봉하는 식으로 또다시 대응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23일 오전 7시30분 재정경제부 차관과 한국은행 부총재, 은행·증권·투신사 대표 84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을 겸한 금융시장안정 대책회의를 주재한다. 이날 회의에서 李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과제와 수익증권 환매 관련 자금지원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금융시장 안정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이종석기자J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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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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