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기업 「고려전기」 다시 세우자”/남은 사원 똘똘 뭉쳤다

◎아시아차에만 기대다 침몰/「고려전장」으로 사명 변경후 타업체에도 납품 총력 추진광주에서 아시아자동차의 위상은 대단하다. 이 지역 생산과 고용의 30%를 담당해왔다. 지난 7월 아시아자동차가 부도난 이후 3백개가 넘는 협력업체들은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삼아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는 부도를 맞고서도 신규 법인설립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타개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고려전기는 아시아자동차에 하니스를 납품하는 업체다. 하니스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배선장치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2백명이 넘는 직원이 8백개가 넘는 종류의 하니스를 생산, 공급해왔다. 문제는 아시아에 1백% 의지한다는데 있었다. 다른 완성차업체와는 전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생산품을 모두 아시아에 납품했다. 아시아가 부도나자 당장 수요가 반으로 줄었다. 평소 5∼6억원에 달하던 월매출이 3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이후 몇천만원대로 추락했다. 부도위기때마다 아시아가 도와줬지만 결국 지난 9월 부도를 냈다. 부도가 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아시아의 부도다. 하니스사업은 기본적으로 노동집약적이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에 차질을 빚기 일쑤였다. 임금도 무시못할 정도로 부담이 됐다. 더욱이 아시아에서는 차단종등의 이유를 들며 수시로 생산품목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마다 기존 자재는 쓰레기로 변했다. 금융비용은 가장 직접적인 부도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돈을 빌려 하남공단에 공장을 지은 지난 91년부터 부담은 시작됐다. 은행빚 15억원, 사채 5억원, 아시아에서 꾼 돈 10억원 등으로 한달 이자만 2천만원 이상이 나갔다. 부도가 나자 당장 압류가 들어왔다. 공장, 땅, 기계설비 등 모든 것이 남의 것이 돼버렸다. 직원들도 하나둘씩 떠나 60여명으로 줄었다. 한계상황에서 남은 직원들은 『다시 살려보자』고 결심했다. 고려전장이라는 회사를 새로 차렸다. 유한수부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했다. 고려전기로는 계속 사업 하기가 어려웠다. 돈을 벌어도 다른 데서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이를 인정해 고려전장이 납품업체를 승계하도록 했다. 은행권 채무는 반 이상 탕감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은행으로서는 한푼도 못받을 바에는 차라리 일부 탕감을 해주고 나중을 기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아시아도 나중에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유예를 해줬다. 사채는 사장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결했다. 하청업체들이 대준 자재대금도 일부 탕감하고 나중에 변제하기로 했다. 『한 업체에만 매달려 모든 것을 의지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가 부도나자 더이상 손을 쓸 수가 없게 되더군요』 유사장은 요즘 서서히 납품량을 늘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기술력이 있는 곳은 고려전장이기 때문에 계속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사장은 또 다른 완성차업체에도 납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판로를 다변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비록 부도는 나고 부동산은 경매로 넘어가게 됐지만 좌절은 하지 않습니다. 꼭 재기해 국내 최고의 기술을 갖춘 하니스업체로 성장하겠습니다』 유사장을 비롯한 60여명 직원들의 각오다.<광주=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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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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