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한 것과 관련해 여야 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의원입법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국회 차원에서 의원입법에 관한 규제 심의제도가 마련되도록 협의해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의원입법이 규제를 양산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이다.
민주당은 21일 박 대통령의 의원입법 관련 발언을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의원입법 규제 발언은 입법부를 경시한 것이고 초헌법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기본 제도인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규제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정상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 역시 전날 현안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국회를 경제발전의 걸림돌 정도로 규정하고 정부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정도로 보고 있다"며 "여당의 청와대 눈치 보기를 야당에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야권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박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주장대로 의원입법권은 침해해서도 안 되고 침해할 수도 없다"면서도 "과도한 '포퓰리즘 입법'으로 의원입법이 '손톱 밑 가시'를 양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에 대해서는 입법부가 스스로 조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박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했다고 난리를 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 협조를 요청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12월13일에 열린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입법 과정에서 이뤄지는 규제심사제도와 관련해 "행정(정부)입법뿐만 아니라 모든 입법에 적용해서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입법으로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입법부에 법안을 제출하려면 부처협의·규제심의·국무회의 등의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사전 규제심사 없이 동료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만 받으면 발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달 5일에는 국무조정실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게 "'페이고(PAYGO) 법안'은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고 물으며 의원입법 개선방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페이고는 '번 만큼 쓴다(Pay as you go)'의 약자인데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 확보방안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부실입법을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