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금산분리 소프트랜딩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쟁이 한창이다.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대기업 순환출자 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를 시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통합당은 당론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을 이미 내놓았고 새누라당도 쇄신파 의원들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만들어 연이어 법안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던지, 어떠한 경제이념과 노선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던지 간에 대기업 체질개선은 불가피하게 됐다.


방향과 지향점이 정해졌다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교하게 경제민주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골간인 금산분리가 어떻게 처리될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대기업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일 뿐만 아니라 그 영향과 파급효과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사전에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제의 기둥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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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당초 과격하고 급진적인 금산분리 방안을 내놓았다. 대기업의 2금융권 보유지분을 제한하고 보험 등 비은행금융지주가 제조업체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되면 보험ㆍ은행ㆍ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은 지분을 처분하거나 줄여야 하고 보험사들은 지분 투자한 제조업체를 처분해야 한다.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 소유와 의결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극단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실천모임은 당 내부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당초 방안에서 한발 물러섰다. 대기업 지주회사 밑에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금융계열사들을 묶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두터운 방화벽을 세우면 금융회사에 대한 대기업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당초 계획했던 금산분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검토해볼 만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열린 사고로 더 많은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면 좀 더 정교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천모임은 목적과 방향성에만 함몰되지 말고 맹점과 허점이 발견되면 겸허하게 수정하고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금산분리가 여론의 지지와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소프트랜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나갈 것을 주문한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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