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초유의 정전대란] "여름철 전력수요 비상상황 끝났다" 안이한 판단이 부른 人災

늦은 더위로 전력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전기공급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이호재기자

더위 다 물러갔다 25개 발전소(발전량 11%) 가동중단.. 안이한 판단이 제한 송전 초유의 사태 불러 국감 앞두고 문책론, 줄소송도 . 오후 3시에 최악 ‘적색 비상’ 전국이 15일 사상 초유의 제한송전으로 5시간 동안 ‘전기 없는’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전력 설비의 한계가 아닌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와 전력업계는 피해자들의 줄 소송 가능성은 물론 문책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오후 3시 예비력 100만KW 불과…‘적색비상’최악=이날 오후 2시부터 한국전력거래소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수요가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어 한 시간 뒤에 최대 전력수요가 예상 치보다 320만KW나 많은 6,720만KW에 달했다. 전력예비력이 최악의 상황인 적색단계인 1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제한송전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해 오전부터 300만KW급의 양수발전(밤에 물을 끌어올려 낮에 낙차로 발전)까지 했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전력비상시 가동되는 비상용 가스와 석유발전소도 사실상 20시간 이전에 가동을 준비해야 하는 까닭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후 3시부터 비상메뉴얼에 따라 30분 간격으로 전국의 일반 주택과 5층 이하 저층 아파트, 소규모 상업용 상가 등을 대상으로 제한송전이 단행됐다. 정전현황은 전국적으로 162만가구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46만가구, 강원,충청지역 22만가구, 호남 34만가구, 영남 60만 가구에 달했다.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짧은 시간에 너무 급하게 올라가는 바람에 별다른 예고조치도 없이 제한송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주일전 “여름철 전력난 끝”방심=이날 최대 전력수요는 전날보다 무려 1,000만KW나 늘었다. 전국에 때아닌 9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서 냉방수요가 늘어난데다가 추석연휴를 끝낸 기업체들이 이날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면서 전력수요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의 전력수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올 여름철에 최대 오차폭이 100만KW정도였으나 이날은 300만KW나 초과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이미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상황을 종료한 정부와 전력업계는전력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9일 이후 화력 발전소 2기는 고장난 상황이었고 원전 2기를 포함해 23기는 겨울철에 대비해 계획정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5기의 발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11%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충분히 전기를 공급할 설비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더위에 따른 전력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전력을 적게 생산하는 체계에 돌입한 것이 초유의 정전사태를 불러 온 셈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지경부는 ‘올 여름철에 전력난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상황을 공식적으로 공표하기도 했다. ◇지경부ㆍ전력업계 정전 후폭풍 거셀 듯=이번 초유의 정전사태가 명백한 정부와 한국전력거래소등의 수요 예측 실패로 판명 난 만큼 후폭풍이 거세게 휘몰아칠 전망이다. 이날 최중경 지경부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잘못을 공식 인정했다. 최장관은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사전에 (제한송전을) 예고하지 못해 큰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장관 사과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나흘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에서는 이번 사안의 파괴력을 감안할 때 여야의원을 막론하고 지경부와 전력회사들이 정전사태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정전피해에 따른 소송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최근 한전의 소액주주들이 전기요금과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듯이 이번에는 정전 피해자들이 정부의 수요관리 실패를 법적으로 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