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꼴불견 민원전화' 눈살

소보원 상담전화 백태<br>"외국 경우는 이런데…" "원장 바꿔봐" <br>과다한 피해배상 요구 '일확천금형' 급증 추세<br>"결혼했나, 몇살이냐" 못말리는 스토커형도<br>상담원에 반말은 예사, 정상적 민원처리 못해

정상적인 민원절차를 무시하고 거친 매너로 부당한 요구만 강요하는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기관의 전화 상담원에게 반말을 남발하고 이른바 ‘작업’까지 일삼는 꼴불견 행태는 일반 소비자들 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연일 ‘황당한’ 상담전화가 잇따르면서 해당 기관 역시 정상적인 민원처리까지 방해 받고 있다며 업무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5일 소비자 권익보호 기관인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최근 이곳에 점잖지 못한 전화상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의식이 강화되면서 ▦해외파형 ▦일확천금형 ▦스토커형 ▦노(No) 매너형 ▦고위층 빙자형 등 소비자 의무는 무시한 채 ‘권리’만 주장하는 비정상적인 민원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것. 소보원은 현재 24명의 여성 상담요원을 보유한 민원상담실을 통해 매일 1,000건 안팎의 소비자민원 전화상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민원상담실에 따르면 자신의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의 소비자 법규 등을 언급하며 맹목적으로 국내 법ㆍ제도 현실을 비난하는 ‘해외파형’ 소비자들이 대표적인 꼴불견 사례. 예컨대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자제품을 산 소비자 A씨의 경우 자신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제품을 샀다고 판단, 소보원에 환불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상담원이 “우리나라는 가격이 자율화 돼있어 차액을 환불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하자 느닷없이 외국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은 이러니까 발전이 없다”며 상담원에게 수 십 분간 엉뚱한 화풀이를 했다. 이와 함께 특히 사소한 피해에도 지나치게 과다한 보상을 요구하는 ‘일확천금형’ 소비자들이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소비자 B씨의 경우 식품에 들어간 벌레를 보고 너무 놀라 가슴이 뛴다며 “물질적, 정신적 위자료는 물론 병원 치료비까지 모두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왜곡된 성의식과 소위 ‘작업’ 심리로 전화 상담원에게 성희롱을 일삼는 ‘스토커’형이 특히 많다는 설명이다. 상담원에게 “결혼했냐, 몇 살이냐”는 사적인 질문은 기본이고 하루에도 특정 상담원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어 괴롭히는 타입이다. 아울러 상담 내내 반말을 일삼고 상담 내용에 불만을 품은 채 “당신 직책이 뭐냐” “원장실로 전화 돌려라”는 등 무례한 반응을 보이는 ‘노(No) 매너형’은 꼴불견 행태의 고전에 속한다. 민원상담실 안현숙 차장은 “상담원들도 이제는 어지간한 반말에는 충분히 익숙해진 상태”라며 “상담의 본질을 잊은 이 같은 상담 사례는 상담원들에게 사실상 ‘소리 없는 폭력’과도 같다”고 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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