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소비시장도 찬바람부나" 촉각

외식·사치품 매출감소세에 월마트등 시들 소비자들은 자칫 흔들릴 위험에 처한 경제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폭락 사태는 이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급 소비재와 서비스 등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은 이미 증시 침체의 여파를 느끼고 있는 상황. 이코노미스트들도 이들의 어려움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손성원은 "주가가 더 떨어지면 주택이나 일상 소비재에 이르는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증시가 바닥을 쳐도 그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매업계의 판매 실적은 지난 6월중 전년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미 소비 행태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인당 저녁 식사 비용이 85달러 수준인 산타모니카 소재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이번 주 들어 예약이 20% 줄어들었다. 이 레스토랑 총지배인인 마이클 모리세트는 "예전에 주당 3~4차례 외식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두 차례 정도로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요트 딜러인 곧은 배리언브록도 지난 22일의 주가 폭락 소식 이후 당장 요트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같은 사치품 시장을 제외하면 미 경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가계 소비가 최근의 증시 침체로 인해 급격히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딜로이트 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칼 스타이트만은 "지금도 대다수의 가계는 뮤추얼펀드나 퇴직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바람에 증시에는 발을 디디지 않고 있다"며 "가계 소비를 좌우하는 현금 흐름은 괜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소비자들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 왔다. 지난해 경기 둔화와 9ㆍ11사태의 타격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고급 백화점에서 발을 뺐을 뿐, 월마트 등 할인점에서는 소비를 늘렸던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 행태관련 전략적 마케팅업체인 아메리카스 리서치 그룹의 브릿 비머 회장은 증시 붕괴와 심각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사들이는 물건량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이를 사들이기 위해 지출하려는 비용이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물건 가격의 10~15%라도 아끼려 하기 때문에, 결국 월마트 같은 할인매장이 주가 하락의 최대 수혜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마트에서조차 소비자들은 지갑을 활짝 열지 않고 있는 실정. 7월 3째주 매출을 견인한 것은 생활 필수품목 판매였다. 전문가들은 가계 소비를 나타내는 주요 경제지표가 증시처럼 빠르게 무너지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양상을 보이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임금 성장률은 지난 1월중 3.3%에서 5월에는 2.2%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가계 대출. 가처분 소득 가운데 이자 지급비용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면서,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출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직까지 부동산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지만,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W자형 침체)'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주택시장도 얼마든지 위태로워지는 것은 물론 가계 소비도 빠른 속도로 얼어붙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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