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대부업계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참석한 것은 물론 '대부업은 이미 제도권이며 서민금융으로 순기능도 크다'며 통 큰 덕담을 건넨 것도 처음이다.
대부업이 출범한지 11년이 흘렀다. 대부업은 250만명의 서민이 총 8조5,000억원을 빌려 쓰는 서민금융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은 인색하다. 아직도 '사채'나 '사금융'으로 치부하는 이가 많다. 최 원장이 '대부업은 이미 제도권'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반쪽만 제도권이다. 대부업의 실질은 금융업이지만 금융관계법령에서는 대부업을 금융회사로 보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로서의 권리도 의무도 없다. 그래서 대부업체는 공모사채 및 ABS 발행을 하지 못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해도 손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자산건전성 검사를 받지 않고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할 의무도 없다. 대부업법으로 제도권에 편입됐지만 금융회사 취급은 못 받는 것이다.
대부업이 완전한 서민금융기관이 되려면 먼저 감독권이 금융당국으로 이관돼야 한다. 지금처럼 시ㆍ군ㆍ구청이 감독하면 요원하다. 대부업체가 힘들더라도 금융감독당국의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소비자 인식도 바뀔 수 있고 대부업체의 권리 주장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물론 소비자도 이득을 보게 된다. 소비자보호가 크게 개선될 것이고 대출금리도 인하될 여지가 크다. 대부금융협회가 대형 대부업체의 감독권을 기초자치단체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자산규모 100억원이 넘는 대형업체가 120여개다. 이들의 고객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라도 대형 대부업체의 금융감독망 편입이 절실하다.
감독권 변경 논의는 몇 년간 제자리다. 하지만 감독권이 이관되면 책임 있는 관리감독을 할 수 있다. 현재 유관기관협의회에서 금융위원회ㆍ안전행정부ㆍ법무부 등이 대부업 관련 정책을 협의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대부업 감독권자가 아니기에 책임이 없다. 국정감사 때마다 감독권이 없다는 말로 대부업 이슈를 비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업을 말썽 많은 곳이라고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럴수록 힘 있는 곳에서 총대를 메고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처럼 거들떠보기 싫어한다면 대부업계에는 살인적인 규제와 대중의 그릇된 편견만 가득 쌓인 채 서서히 죽어갈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