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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보건소서 도시 아파트까지… 스토리가 담긴 한국건축문화大賞

● 지역사회에 도움 호소- LIG손보 사천연수원<br>"친환경 건립" 4년간 설득 결실<br>● 지역 커뮤니티 공간- 서천 '봄의 마을'<br>군-주민 갈등속 8년만에 탄생<br>● 계약자들이 살린- 울산 월드메르디앙 월드시티<br>부도 위기에도 중도금 선뜻

서천 '봄의 마을'

"너는 이 거리를 질주할 때 거리에 즐비한 건물 중에서 어느 것은 아무 말 없이 있고 또 어느 것은 말하고 또 어느 것은 드물기는 하지만 노래하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는가."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폴 발레리는 건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건축물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것은 감동적인, 또 어떤 것은 고단한, 그리고 어떤 것은 행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들으면 그 건물에 대한 느낌과 인상도 새로워진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은 후 난해한 미술 작품이 다소 친숙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2012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들 역시 저마다 이야기와 사연을 담고 있었다. 시골의 보건소는 물론 도시의 대규모 아파트에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공공 부문 대상을 받은 서천 '봄의 마을'은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건축물은 군과 주민들 간의 심각한 갈등을 겪은 후 어렵사리 탄생했다. 개발 논의가 시작될 무렵 읍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옛 시장 부지에 광장을 만들고 문화∙복지센터를 짓겠다는 서천군의 계획을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개발이 시작된 후에는 오랜 시간 토지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8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비로소 봄의 마을이 태어나 서천의 랜드마크가 됐고 이제는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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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분 본상을 수상한 LIG손해보험의 인재니움 사천연수원 역시 비슷한 시련을 거친 건축물이다. 사천연수원은 당초 창원시와 거제 등 경남 일대에 집중된 조선산업특화단지가 계획된 지역에 지어졌다. 따라서 연수원 건립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연수원 개발은 산업단지 개발에 따른 부가가치 효과보다는 낮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LIG 측과 설계팀은 자연 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연수원이 건립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단기적으로 산업단지가 효율적일 수 있더라도 연수원이 장기적으로 사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4년여 동안 지역사회에 대한 설득과 공사는 병행됐고 실제 친환경 연수원이 자리 잡자 지역사회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돌아섰다.

공동주거 부문 우수상을 받은 월드메르디앙 월드시티의 준공 배경은 사뭇 다르다. 2,600여가구로 울산 북구 최대 단지인 이 아파트의 시공사인 월드건설은 지난 2008년 말 분양을 끝낸 후 2009년 3월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했다. 공사중단 위기에 처했을 때 이례적으로 입주 예정자들이 자발적인 중도금 조기납부 운동을 벌였다. 부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중도금을 차질 없이 내준 계약자들 덕에 월드시티는 예정대로 2010년 10월 완공과 더불어 주인들을 맞이했다. 주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입주 예정자들이 시찰할 수 있게 공사 현장을 공개하고 입주민 화합 잔치를 벌인 월드건설의 노력, 또 그 전 과정을 직접 뛰어다니며 챙긴 조대호 월드건설 사장의 열정도 시공사와 입주민들 사이에 신뢰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회공공 부문 본상 수상작인 영주시 조제보건진료소는 지방 소도시에도 디자인을 입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물이다. 이 건축물은 영주시 디자인관리단에서 디자인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순탄하지 않은 사업이었지만 훌륭한 공공건축의 사례를 만들고 싶었던 건축가와 건축주의 의지가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결국 젊은 공공건축가들의 뛰어난 도전정신과 도시 디자인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깨인 의식에 힘입어 조제보건진료소는 디자인 시범사업 3년 만에 작은 시골마을의 따뜻한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이라는 영예도 안게 됐다.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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