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금융감독기구 개편 방향

최공필<한국금융연구원 거시금융팀 선임연구위원>

최근 금융감독기구 개편관련 논의는 관료조직화 주장에 대한 공적민간기구화의 주장이 대립되면서 촉발됐다. 한편에서는 카드부실의 책임은 결국 무책임한 공조직의 허술한 감독 탓이었다고 규정하면서 관료조직에서 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감독실패 근본원인 규명 또 다른 측에서는 인센티브 구조상 관료들에게 감독을 맡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며 민간기구로 운영하는 것이 독립성과 책임성, 제고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기에 누가 감독의 주체인가 그리고 어떠한 법적 지위가 보장돼야 감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가는 가장 기본적인 이슈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감독실패가 조직구도상의 문제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감독업무상의 문제를 조직개편으로 해소하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문제가 생겨난 구도나 이를 처리하는 과정 모두 체제적인 도덕적 해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작 감독이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는지에 대한 검토보다는 단선적 책임소재 파악과 더불어 체제적 작동상의 문제점을 기관구조론적 관점에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실제 조직개편과 개혁이 강조되는 환경일수록 시장작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작동의 걸림돌은 이른바 ‘관치’에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 관치논란 뒤에 숨어있는 개별주체들의 집단적 위험기피, 위험추구, 그리고 재벌구조의 병폐 등은 감독기구 개편에 관한 논의를 자칫 피상적인 것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경쟁원리의 왜곡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은 되풀이해서 조직개편과 같은 근본적이지만 핵심에서 벗어난 이슈들을 재론하게 만든다. 드러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감독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간과한 채 각자의 영역만 고집하거나 기구 재편에 골몰하다 보면 정작 추구하는 감독서비스의 질적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현 시점에서 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첫째, 감독은 미시 및 거시적 건전성을 동시에 감안해야 한다. 효과적인 감독을 위해 감독주체는 시장과 기관의 미시적 위험을 파악하는 역량확충과 더불어 시장작동을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보호하고 사전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 구속력을 갖추어야 한다. 단순히 위험만 포착하는 감독역량보다는 감독이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체제의 구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감독은 최대한 시장친화적으로 접근하여 시장규율이 강화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안정의 3대축으로는 자본적정성과 효과적인 감독, 그리고 시장규율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도 시장규율은 도덕적 해이의 여지를 줄이고 자본적정성에 대한 부담이나 도덕적 해이의 피해를 원천적으로 완화시킨다. 결국 스스로 책임 있게 행동하지 못할 경우 공동의 이익추구에 위배된다는 시장의 묵시적 규율은 공정한 경쟁환경 확보와 더불어 가장 중시될 안정의 축이다. 셋째, 직접적인 시정조치가 적기에 유효하게 발효되려면 데이터에 근거한 모니터링이 사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후약방문은 감독원의 책임을 다른 정책당국으로 이관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규율을 강화시키는 차원에서도 옥석이 구분될 수 있는 사전 감독의 효율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다만 중요한 문제는 일부의 주장대로 이를 거시적 안정과 별도로 논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비스 질적 개선 고려를 넷째, 시장친화적인 감독관행과 거시건전성 차원의 정책조율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현 금감위와 금감원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시장이나 사회지배구조 여건상 금감위의 정책조율기능을 강화하되 금감원은 공적민간기구로 운영하는 이원적 체제가 업무분담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감독체제가 일원화될 경우 시장흐름과 단절되고 정책조율이 불가능해지며 규제만능주의에 빠지기 쉽다. 이상의 원칙하에서 민관의 역할이 적절히 조율되고 효율적 감독을 위한 시너지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자발적인 시장작동을 통해 금융안정이 유지되려면 막연한 기구개편에 앞서 감독과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 노력, 그리고 시장규율의 원칙이 균형 있게 강조돼야 한다. 다양한 충격으로 쉽게 흔들리기 쉬운 소개방 경제의 금융안정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 금감원의 중차대한 역할에 다시금 기대를 걸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