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의 주된 원인이었던 단기외채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요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단기외채는 지난해 말 1,136억달러로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었다.
증가속도도 매우 가팔라 1년 전에 비해 무려 72.3%(477억달러)나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대외채무(2,634억달러) 가운데 단기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5년 말 35.1%에서 43.1%로 뛰었다. 외화준비자산 대비 유동외채비율도 58.2%로 같은 기간 17.0%포인트나 증가했다. 대외채무의 질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외채 급증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채는 곧 자산으로 남는 것이고 외환보유액도 2,400억달러를 넘은 만큼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2004년 말 564억달러에 그쳤던 단기외채가 2년새 두 배로 늘어나고 대외채권은 크게 늘지 않는 터에 대외채무만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최근 미국을 비롯해 중국ㆍ일본 등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업체들의 부실로 다른 금융회사들의 경영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경기활황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면서 해외에 투자했던 이른바 엔캐리자금이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융시장 변화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단기해외자금의 대거 이탈을 촉발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단기외채 증가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시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개선돼야 한다. 특히 올해는 경상수지 흑자기조마저 불안해 외환보유고 증가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불안요인인 단기외채가 계속 늘어나서는 곤란하다. 당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0년 전에 비해 우리 경제체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외화차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외화차입이 많은 은행들 역시 국내외 불안요인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외채축소에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