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11일 1조87억원대의 사채를 굴리면서 1천58억원의 이자소득을 탈루한 L모(52)씨 등 사채업자 18명을 적발했다.
L씨 등 사채업자들은 사채거래를 철저히 암호화하거나 폐업을 가장한 허위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암호.익명화는 기본 = "`H+E-'는 8억500만원"
L씨는 지난 90년대부터 서울에 10여개의 사무실을 설치, 200여명을 고용해 금전대부업을 해왔다.
L씨는 속칭 `바지사업자'(무재산 위장명의자) 13명의 이름으로 금전대부계약서를 작성, 3개의 공증사무소에서 공증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특히 L씨는 'A는 1천만원, B는 2천만원∼H는 8천만원, I는 9천만원' 등으로 암호화한 뒤 `+'는 단위를 한자리 올리고 `-'는 단위를 한자리 내리는 방식을 사용, `A+'는 1억원, `B+E'는 2억5천만원, `M'은 만남, `E'는 이자율, `DG'는 대출기간으로 표기했다.
세무조사에 대비해 같은 부서내 근무자외엔 다른 조직 구성원의 인적사항을 전혀 알 수 없도록 했으며, 통신수단은 팩스만 사용했다.
당초 국세청은 세무관서에 신고된 L씨의 사무실이 계속 잠겨있어 무단폐업으로 오인했으나 3∼4일 간격으로 우편물이 수거된다는 점을 발견, 정수기 렌탈료 청구장소를 추적, 비밀사무실을 찾아냈다.
특히 국세청은 사무실 근무자들이 주요서류를 파쇄하거나 입안에 삼키는등 증거인멸을 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증빙서류를 확보했다.
국세청 조사 결과, L씨는 `000캐피탈', `000금융' 등 간판을 건 사채업자들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사채자금을 동원해 시가 400억원 상당의 농지 2만여평을 매입한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채대금을 불려왔다.
이를 통해 L씨가 최근 5년간 굴린 사채대금은 모두 1조87억원, 탈루소득은 1천58억원에 달하는데도 신고액은 18억원에 불과했다. 향후 약 400억원 정도의 세금이추징된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회사돈을 비자금으로 = 전주에 거주하는 L모(47), H모(46)씨는 특수관계 기업체의 매출누락 등으로 조성된 비자금을 K모(52)씨 명의로 이체해 무등록사채업을 하면서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고리의 사채를 대여, 25억7천100만원의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기 수원 소재 H정보 대표 S모(35)씨는 20여명의 전화상담원을 고용,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신용카드를 등기로 받아 백화점, 할인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한뒤 덤핑판매하거나 물품구입을 가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S씨는 6천여차례에 걸쳐 200억원대의 카드대금을 대납하면서 30억원의 수입을올리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대전의 사채업자 L모(50)씨는 유흥업소 종사원 등을 상대로 사채를 빌려준 뒤 회수가 어려우면 매춘까지 강요, 모두 5억3천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