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승전보가 울린 26일 오후9시50분(한국시간 27일 오전5시50분). 142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는 정ㆍ관ㆍ재계 인사로 구성된 15명의 공식 대표단이 막판까지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BIE 회원국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고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단맛에 젖어 있기에는 개최일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엑스포의 성공을 위한 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막판 빛난 ‘기업 네트워크’=여수의 승리는 민ㆍ관의 합작 작품이었다. 1차 투표가 시작된 오후9시30분.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지는 BIE 총회 투표 특성상 140여개국 대표가 참가한 투표 과정은 불과 10여분 정도면 끝난다. 자칫 각국 대표들의 분위기가 마지막 순간에 이상한 쪽으로 흘러버리면 걷잡을 수가 없다. 15명의 우리 공식 대표단의 팀워크는 마지막 개표 순간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매끄럽게 이뤄졌다. 15명의 대표단은 사전에 준비한 전략에 따라 각국 대표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며 혹시 있을지 모를 최후의 이탈표 단속에 만전을 기했다. 15명의 대표들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각국 대표들의 좌석을 미리 확인한 뒤 투표 순간 확실히 여수를 지지해달라는 눈빛을 보내거나 막판 본국의 훈령을 어기고 개인적인 의사에 따라 지지국을 바꾸는 ‘고의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1차 투표 결과는 여수 68표, 모로코 탕헤르 59표, 폴란드 브로츠와프 13표. 1차 투표에서 큰 차이로 앞설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9표에 불과한 표 차이에 유치위와 응원단은 잠시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바로 이어진 2차 투표 결과가 나오자 기자회견장에는 안도의 탄성과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여수 77표, 탕헤르 63표. 2차 투표에서 모로코를 제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1차 투표 때 폴란드를 지지했던 표심이었다. 1차 투표 때 여수와 탕헤르를 지지했던 회원국이 2차 투표에서 그대로 표심을 유지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폴란드를 지지했던 13표 가운데 3분의2가량인 9표가 여수에 쏠렸다. 무엇보다 2차 투표에서 승부를 가른 아프리카ㆍ동유럽 국가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기업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다. 유럽표의 경우 조일환 주프랑스 대사가 그동안 쌓아놓았던 탄탄한 외교력이 빛을 냈다.
◇여수엑스포 준비 과정은=4년반가량 남은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준비는 조직위원회 구성으로 시작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엑스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이번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조직위원회가 결성되면 매년 2차례씩 엑스포 개최를 위한 준비 상황을 세계박람회기구(BIE)에 보고하면서 개최 준비 작업을 벌인다. 김영석 여수세계엑스포 유치위원회 기획홍보본부장은 “4년반이라는 시간이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다”며 “조직위를 빨리 꾸리기 위해서는 이번 국회 기간 동안 조직위 설치를 규정한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엑스포 부지와 시설 조성에 들어갈 총사업비는 1조7,000억원에 이르는데 정부는 내년에 필요한 민간투자사업(SOC) 건설 투자 등 조기에 필요한 재원은 일단 예비비를 활용해 충당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