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동굴의 우상과 디테일 국가경영

프랑스의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왕자'에 나온 모자처럼 생긴 삽화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는 얘기에 참 기상천외하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처럼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가 아니면 도저히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의 '동굴의 우상'이라는 게 있다. 개인의 주관적인 성격이나 기질ㆍ경험에 따른 편견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참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례로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한 편견으로 조작된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믿고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던 것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어린왕자에 빗대 얘기하면 최소한 모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눈은 있어야 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창업공신인 한나라당 초선의원 J씨의 눈에 비친 청와대와 정부의 모습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식사를 겸해 술이 한잔 돌자 그는 "민심이반이 심각한데 청와대와 정부는 그것을 모르는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겠나. 잘못은 인정하고 겸손하게 나가야 되는데…. 내년 총선에서 서울 48개 지역구 중 당선될 곳이 10~11곳밖에 안 될 것이다. 설령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소수여당이 무슨 일을 하겠나"고 넋두리를 했다. 실제 현 정부는 소위 고소영ㆍ강부자형 회전문 인사, 감세ㆍ고환율이라는 대기업 수혜정책과 양극화 심화,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중국변수가 생략된 북한정권 붕괴정책 등 주요부문에서 많은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물론 "소신껏 일했는데 왜 비난만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있겠지만 동굴의 우상에 사로잡혀 많은 기회비용을 날렸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맹점이 큰 여론조사상 높은 지지도를 내세우다 보니 최근 심각한 전월세난과 물가급등, 구제역 사태도 관성대로 대처하다가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 집권 4~5년차로 가면 권력 기반이 서서히 침식돼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 이런 때는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는 것 못지않게 '디테일 국가경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상하이 외교 스캔들, 국정원 스파이 발각사건,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번역 오류 등 국가기강 문란 사건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만기친람형인데…"라는 반론도 있겠지만 남북관계 경색도 직접적으로는 민간인 피격사망사건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친서민 공정사회도 구호에만 그쳐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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