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재정 파수꾼' 국 경 복 국회예산정책처장

"정부, 장기 재정전망 마련하고 정치권은 복지·증세 결정해야"

재정구조·복지사업 다 열거해 무엇이 우선순위인가 논의 필요

국회 예결위가 총액 배분한 후 상임위에서 자율편성 하도록

예산심의 방식 완전히 바꿔야


"국가재정법에 정부가 40년 이상 장기 재정전망을 발표하도록 돼 있는데 하지 않고 있어요. 정치권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복지와 증세를 협의한 뒤 결정되면 정권에 상관없이 여야와 정부 모두 따라야 합니다."

'국가재정 파수꾼' '나라살림 지킴이'로 불리는 국경복(사진) 국회예산정책처장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재정 리더십을 거듭 주문했다. 최근 770쪽에 달하는 '재정의 이해'라는 책을 쓰는 등 대표적인 재정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예·결산, 기금, 세법, 재정 수반 정책, 국가재정 운용 등에 대한 분석을 하는 예정처 수장으로서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현재의 복지와 세입구조로는 재정이 오는 2034년이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의 2014~2060년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를 낸 것도 정부에 장기 재정분석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국 처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기 재정전망을 할 때 40년 이상을 대상으로 최소 5년마다 실시해 발표해야 한다. 오스트리아는 선거공약도 재정추계를 첨부하는데 우리는 법에 따른 의무지출이 예산 총지출의 47%(2018년에 51.2% 전망)에 달하는데도 아직까지 정부가 장기 추계를 내놓지 않아 큰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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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복지와 증세 문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 복지사업과 조세 부담에 관해 합의를 모아가야 합니다. 국회에 이런 논의기구가 시스템화돼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국 처장은 복지·증세 공론화를 위해 여야가 특위를 만들어 정부와 시민단체·전문가·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본회의에서 결의안을 의결한 뒤 총선·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여야정이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재정 운영의 큰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국 처장은 "연말정산 파동이나 건강보험료 체계 개편 등 그때그때 손대며 갈등을 초래하기보다 전반적으로 국가재정 수입과 지출을 놓고 여야가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복지사업도 다 열거해 어떤 게 시급하고 우선순위인가를 따져야 하고 필요하다면 증세도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처럼 미리 대비하지 못해 큰 재정 부담을 초래하며 국가적 재앙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국 처장은 "숲을 조망하고 나무와 꽃을 결정해야 한다"며 국회 예산심의 방식도 미국·스웨덴·프랑스처럼 예산결산특위가 총액을 배분하고 상임위가 자율편성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기재부와 사전에 협의해 거시전략적으로 지출 총량과 분야·부문별 한도액을 정해 본회의 승인을 받으면 상임위에서 심의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정부 예산·세법안을 놓고 상임위에서 삭감·증액을 하지만 예결위에서 삭감안만 받아들이고 증액안은 깡그리 무시한 뒤 협의하다가 결국 쟁점은 여야 지도부 간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된다. 국 처장은 "총액배분자율심사안은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과 비슷하다"며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표발의안 법안(상임위 증액예산이 감액예산 이하면 예결위는 증액안 삭감시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초연금처럼 지출이 자동확대되는 의무지출법안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은 상임위가 처음부터 예결위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게 국 처장의 지적이다. 국 처장은 "이렇게 바뀌어야 정부가 강조하는 페이고(의무지출정책을 추진할 때 세입 증가나 지출 감소 등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입법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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