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박근혜가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아무 말이나 제멋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분별과 이성을 찾고 언사를 삼가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는 이번에 우리의 핵을 터무니없이 걸고 들고 병진노선까지 시비질함으로써 비방중상을 중지할 데 대한 북남 고위급 접촉 합의를 그 자신이 난폭하게 위반했다"며 "전조선반도 비핵화는 있을 수 있어도 일방적인 '북 비핵화'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히며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이상 핵 포기가 있을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비방에 대해 "남북 간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임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행위로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남북한이 지난달 14일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 중단에 합의한 후 북한 대남기구가 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박 대통령 실명 비난은 고위급 접촉 합의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보고 더 이상 합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며 북한의 대남 비방이 향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체제 존엄성이 박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발언으로 훼손됐다고 판단, 이같이 높은 수위의 비난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에 '자위적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 등의 내용을 명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남측이 아닌 미국 등 핵 보유 당사자들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애초에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의 이 같은 계속되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행사로 촉발된 관계개선이라는 남북 간 큰틀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실명 비난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으로 풀이되며 남북관계 경색으로까지 몰고가지는 않을 듯하다"며 "아무래도 박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그 같은 발언을 하다 보니 북측에서도 경고성으로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