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는 튀니지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과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권좌에서 밀어내면서 중동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반정부시위는 모로코ㆍ요르단ㆍ예멘ㆍ바레인ㆍ시리아ㆍ오만ㆍ이란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각국으로 번지면서 중동 아프리카지역이 몸살을 앓는 실정이다. 특히 리비아에서는 지난 2월22일 인권변호사 2명의 석방을 요구하던 시위 군중 중 2명이 사망하자 단순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변질됐다. 점차 반정부 시위가 변해 카다피 측과 반카다피 측으로 나뉘면서 리비아 상황은 총알과 폭탄이 난무하는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반정부군을 테러단체로 몰아 반카다피 측은 벵가지를 비롯한 중요지역을 장악하고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 중이고, 카다피 측은 탱크와 헬기를 동원하면서 반격에 나서는 실정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리비아 해안선을 따라 전투를 치르면서 친카다피 측과 반카다피 측은 엄청난 희생자를 내고, 양측은 주요지역을 서로 뺏고 빼앗기는 지경에 있지만 와팔라부족과 알주와이야부족이 중심이 된 반카다피 측은 카다파부족이 중심이 된 카다피 측을 조금씩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반카다피 진영은 30명으로 구성된 '리비아 국가위원회'를 설립했고, 과도정부인 국가위원회는 2월5일 그들이 리비아를 대표하는 유일한 집단이라고 선언했다. 무려 42년간 리비아에서 독재를 행했던 카다피는 거대한 풍랑 속에 놓이게 됐다. 카다피가 아직까지 건재한 이유는 첫째, 여전히 리비아의 주요 부족과 군대 내 파벌로부터 변하지 않는 충성을 받고 있다. 둘째, 카다피는 리비아가 내전으로 쪼개져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셋째, 카다피의 재산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또 리비아에 카다피 이후 시대를 이끌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카다피가 건재한 이유이다. 이러한 건재함도 만약 국제사회가 카다피에 대한 제제와 축출을 원한다면 카다피는 운명은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 자명하다. 즉 지금의 카다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의 획득'이란 점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카다피는 풍랑 속에서 나오기 위한 전략, 특히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다피는 반정부 시위 이후 내전상황에 이르기까지 반정부 시위대와 반정부군을 빈 라덴에 의해 사주받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 사실 그동안 리비아 내의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은 거의 카다피에 의해 소탕됐기에 리비아 내에서는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리비아의 이슬람주의자들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이주했기에 리비아 내에서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카다피는 반정부군을 테러리스트로 모는 이유는 자국민으로 이뤄진 반정부군에 대한 포격을 정당화할 수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부르짖는 '테러와의 전쟁'을 세계에 각인시켜 서방세계가 반정부군을 돕는 사태를 예방하자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카다피가 유엔의 조사를 요구한 것은 자신이 리비아에서 정통성을 가지고 있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반정부군을 돕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정통성 얻기 구사도 또 그동안 리비아의 석유 힘으로 아프리카 단결기구(OAU)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말리와 세네갈 등 소수의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고는 아랍ㆍ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거의 '왕따'인 것은 자명하다. 카다피로서는 내전이 끝나면 리비아를 떠나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이러한 지역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카다피가 아프리카단결기구의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아랍 아프리카국가들이 반정부군을 돕는 것을 차단하려는 전략과 내전 이후 카다피의 망명길을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아무튼 카다피는 '국가테러범'으로 명명되고 있지만 처해진 주변 환경을 잘 이용한 생존전략으로 풍전등화 같은 목숨을 잘 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