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공황이 현실화될 것인가」17일 증권시장에서는 지난주말 미국 증시 사상 최대 폭락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날개없는 추락을 했다.
증시사상 처음으로 거래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30분 동안 정지되는 파란이 발생했다. 서킷브레이크는 종합주가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코스닥지수도 장중한때 22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IMF 3년차 위기설이 나도는등 국가 전체가 술렁거렸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날 증시 폭락이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의 폭락은 국내 증시의 폭락으로 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에서는 지난 14일 소비가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자 금리 추가인상 우려감으로 나스닥지수가 355.49(하락률 9.7%)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617.78(5.7%) 떨어지는등 사상 최대폭락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여당패배로 나타난 총선결과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이 제1당을 차지하지 못해 개혁 및 국정운영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채 악몽으로 은행권이 다시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고 투신권이 증시약세로 대규모 손실을 볼 것이라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어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수급불안이 지속적으로 증시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증시 폭락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불안한 투자심리가 이날 폭락장세를 유발한 최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보고 놀랬다는 것이다. 수급불안속에 총선결과, 미국 증시 하락세에 이어 지난주말 미국 증시 폭락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던 것이다.
이날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보면 기관들이 순매수를 하고 외국인 및 개인들이 순매도를 보였으나 매도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폭락을 한게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적은 규모의 매도를 받아낼 매수세가 투자심리의 급격한 냉각으로 실종됐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전문가들이 이날 증시가 미국 증시 폭락으로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이처럼 큰 폭의 하락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증시가 일본 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 증시보다 더 큰 충격을 보인 게 투자심리 위축과 묻지마식 투매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호전도 지속되고 있는등 펀더맨털이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올해 경제성장율이 8% 이상 달하는등 IMF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올 1·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대부분 지난해 동기보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 5일째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이날 증시 폭락을 이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모건스탠리등이 한국 투자비중 확대를 권고하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이밖에 미국의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이 경기연착륙에 있는 것으로 미국 증시 붕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붕괴될 경우 전세계 경제가 공황상태로 연결되는데 이를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선진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이 IMF가 강타한 동남아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 금리를 인하한 게 이를 말해준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黃昌重)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폭락이라는 같은 악재에 국내 증시가 다른 동남아국가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은 수급불안과 투자심리 위축 때문이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올 증시전망과 관련 종합주가지수는 3·4분기 이후부터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연내 1,200포인트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코스닥지수는 전고점인 270선을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지지선 설정은 무의미 하지만 올 증시는 미국 증시가 시간을 두고 안정세를 보일 것이고 기업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상승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정배기자LJBS@SED.CO.KR
입력시간 2000/04/17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