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만한 재정운영의 상징인 기금을 정비하기 위해 기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5년만에 강력한 기금제도 정비방안을 새로 마련했다.그동안 기금은 준조세 성격의 분담금이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기타기금의 경우 장관의 결재만으로 운용돼 왔고 공공기금조차 비교적 느슨한 통제권 내에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94년 54억원 흑자를 냈던 공공기금은 95년 238억원, 96년 436억원, 98년 1,043억원 등 적자규모가 급증, 올해는 적자가 무려 983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보전해 줘야 한다.
정부는 기금의 적자확대가 방만한 운영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기존 기금관리기본법을 뛰어넘는 조치를 단행하게 된 것이다.
◇기금이란= 기금은 예산의 예외적인 제도로 특정분야의 사업에 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거나 탄력적인 집행이 필요할 때 법률에 의거해 설치되는 것이다. 이같은 기금은 특유의 탄력성을 발휘,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 각 분야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들어 재정과 분리된 데 따른 방만한 관리, 운용의 비효율성이라는 기금의 부정적 특성이 적자재정 시대를 맞아 부각,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재원조성은 여권발급 영화관입장 자동차면허 취득 및 갱신 등을 할 때 요금에 포함된 각종 분담금과 재정지원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국민입장에선 조세나 진배없기 때문에 「제2의 예산」으로 불리우고 있다.
기금은 편성과 운영상황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는 공공기금(37개)과 주무장관 재량에 맡기는 기타기금(38개)으로 구분된다.
◇기금제도 개선방안 및 과제= 이번 기금정비는 통제가 약한 기타기금을 대폭 축소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과 같이 금융기관성 기금으로 현재 공공기금으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나, 운용상의 탄력성이 필요한 기금, 새로운 국민의 부담없이 운용되는 기금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공공기금으로 전환되거나 폐지됐다.
기금운영시스템 측면에서도 기금사업을 핵심사업 위주로 전환, 주변사업에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하고 기금정책심의회와 함께 기금운영평가단을 구성, 정례적으로 기금의 운영실적을 평가, 정책에 반영토록 했다.
이 모든 것이 혁신적 방안임을 인정하더라도 과연 기금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무분별한 신설이 억제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지난 94년 기금관리기본법도 똑같은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법의 발효로 지난 93년 114개였던 기금수는 95년 99개, 96년 76개로 급감했으나 적자규모는 급증, 법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기금수가 줄었다 하더라도 다른 이름으로 대체되거나 통합운영돼 덩치는 더 커졌고 이에따른 운용상 비효율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이번 기금정비 방안도 이와 똑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또 새로운 통제기구를 신설하고 엄격한 관리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감시감독이 정부내부조직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칫 과거의 습성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생겨난 기금이 부지기수이고 보면 정치권의 개입을 정부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하는 것도 과제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금설치단계부터 자금조성한도, 소멸시한 등을 명시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최상길 기자 SK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