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중기가 머무는 베이스캠프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을 인간이 최초로 오른 것은 1953년이다. 그전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이 등정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필자가 네팔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이 지역을 가봤는데 지금은 매년 약 1,000명 이상이 등반을 하고 이중 약 98%가 등정에 성공을 한다고 한다. 그전에는 목숨을 걸고 시도해도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산을 60년 만에 동네 뒷산처럼 등반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정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필자는 베이스캠프가 높아진 데 있다고 본다.

글로벌 경쟁 지원하는 정부 역할 필요

예전엔 지상에서부터 올라야 했던 산을 지금은 베이스캠프가 5,200미터에 있으니 거기서 정상까지 가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게다가 좋은 장비와 등산복 등이 구비돼 있으니 전문 산악인에겐 더욱 쉬울 것이다.


등반역사 초기의 에베레스트처럼 우리 중소기업들도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예전에는 중소기업에 가장 큰 애로가 자금부족이나 인력·기술 등을 조달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문제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고 경쟁기업과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해서 얼마만큼 판매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됐다. 또 눈에도 보이지 않는 세계 반대편의 이름 없는 기업들이 그들의 경쟁자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중소기업들의 베이스캠프를 높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중소기업들이 편해진 베이스캠프에서 보다 쉽고 빨리 제품을 만들어 세계화된 경쟁에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관련기사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정책의 요체는 창조적 균형(creative balance)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중소기업이 기존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게 다양한 창조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종전의 융자중심으로는 중소기업의 부족한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하다고 보고 엔젤투자에서 벤처투자에 이르는 다양한 투자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판매하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품질을 인증하고 인증된 제품을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토록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공기관에서 여성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는 여성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자금 조달 플랫폼 구축을

다음으로 중소기업들이 경쟁하는 운동장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시장의 불균형,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등 이른바 3불 문제 현상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과 조직력으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위협하거나 납품을 받는 대기업이 하도급 기업에 무리한 단가인하나 기술자료 제공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러한 개선점을 중심으로 올해에도 중소기업청은 다양한 중소기업 시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지역별로 중소기업에 대한 시책설명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중소기업 경영자나 임직원들도 기회가 된다면 직접 참석해서 어떤 정보가 내게 맞는지 알아보기를 권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