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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총장이 되자마자 노벨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하는 영광을 안으니 총장으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14일(현지시간) 오후5시30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예일대의 바이네케 희귀본ㆍ문서 도서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로버트 실러 교수를 위한 소박한 파티가 동료 교수 등 관계자 200명가량이 모인 가운데 열리고 있었다.
지난 13일 취임식을 가진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이 같은 덕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실러 교수에 앞서 지난 7일 제임스 로스먼 예일대 교수도 세포가 인슐린 등 생명활동에 필요한 핵심 물질을 적시에 정확한 곳으로 운송하는 원리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샐러베이 총장은 "실러 교수는 사회심리학을 전통적인 경제학과 결합시켜 버블 형성이나 붕괴, 다른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정말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고 극찬했다. 실러 교수도 하루를 분초 단위로 쪼개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피곤함도 잊은 채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아들인 벤저민 실러 브랜다이스대 교수가 수업도 빠뜨리고 행사에 참석했다고 폭로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었다.
실러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 등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 이 순간이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사람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시키며 생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덧붙였다. 그는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을 때 막 샤워를 끝내고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왠지 전화벨 소리를 놓치기 싫어 서둘러 샤워실에서 나왔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다"고 밝혔다.
실러 교수는 이날 정오 울시홀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수상에 얽힌 에피소드로 폭소를 자아냈다. 수상 사실을 알리는 첫 전화를 형에게 걸어 "그 소식 들었어?" 하고 물었더니 "타이거스가 졌어"하고 답하더라는 것이다(실러 교수의 고향 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지난 13일 열린 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역전패했다).
또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월가의 대표적 회의론자답게 미국의 부동산ㆍ주식ㆍ채권시장은 물론 중국ㆍ브라질ㆍ인도 등 신흥시장, 원유ㆍ금 등 원자재시장 등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버블 붕괴 가능성을 강도 높게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천문학적인 양적완화에다 투기수요가 가세하면서 시장이 종종 자산 가격 급등이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 금융위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과거 대공황에서 보듯 투기적인 버블은 단편소설이나 연극처럼 단기간에 인식할 수 없다"며 "현실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끝날 때쯤 버블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이다. 실러 교수가 개발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ㆍ케이스-실러지수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미 주택 가격은 올 7월까지 16개월간 18.4%나 급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같은 기간 22.7%에 비해서는 아직 낮지만 버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 들어 미 대도시 주택 가격은 지난해보다 12%나 올랐다.
이 때문에 그는 연준이 지금부터 통화완화 축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는 "자산 가격의 부적절한 상승은 하나의 경고음으로 통화당국도 극단적인 가격 상승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주택시장 버블이 전적으로 연준의 정책 때문만도 아니지만 더 신중한 쪽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은 종종 돈을 벌거나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금융을 분석할 때 인간행동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은 어느 기업이나 사업 등의 실질가치를 평가해주는 한편 모든 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리스크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과거 수세기의 역사는 금융위기를 반복했지만 대응력도 개선시켜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러 교수는 월가의 저명인사답지 않게 자신의 최대 관심사는 금융위기가 아니라 사회불평등 개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등 전세계의 불평등 심화"라며 "불평등은 개선할 수 있고 많은 해결책도 금융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당장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는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차기 연준 의장의 임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다만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리스크나 기회 요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웃음을 띠며 "매우 복잡한데다 잘 모른다"며 "조금 더 연구한 뒤 다음에 보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