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네덜란드가 1일부터 약국에서 마리화나를 조제 약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함에 따라 마리화나가 마약 또는 환각제가 아닌 의약품으로 어엿하게 대접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네덜란드의 조치는 마리화나의 의약품화를 추진해온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도 영향을 미쳐 통증을 줄이고자 하는 에이즈 및 암 환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보건부는 의사들이 치료 과정에서 만성적인 구토 등의 고통을 겪는 암, 에이즈 환자, 척수부상으로 인한 근육경련 환자들에게 마리화나를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환자들은 이 처방전을 갖고 약국으로 가면 마리화나 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네덜란드 에이즈환자 연맹은 이 조치에 대해 “가난한 환자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켜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이미 환각제인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행위를 용인해온 상황이지만 마리화나를 의약품으로 인정해오지 않았었다.
이번 조치는 그간 발표된 마리화나의 통증 완화 효과를 공인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2001년 마리화나의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성분이 항암제 투여 후의 구역질과 에이즈 환자의 체중감소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는 등 마리화나의 효능을 인정하는 세계 각국 연구기관들의 연구보고가 잇따랐다.
이 조치는 또 마리화나 합법화를 촉진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의료 목적의 마리화나 사용을 부분 허용해온 캐나다 및 호주 정부의 향후 조치가 우선 주목되고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를 용인하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도 마리화나 사용 범위 확대 여부가 논쟁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의학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환자들의 통증을 완화하는 많은 대체 의약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뇌 손상, 환각 등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 값싼 마리화나를 처방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그간 치료비 압력에 시달려온 서구의 공공 치료기관들이 마리화나의 양성화를 추진한 점, 건강보험 부담 누증 등 경제적 이유로 안락사를 허용했던 네덜란드가 앞장 선 점 등을 감안하면 마리화나의 의약품화는 경제적 이유만을 중시한 채 `환자 몸은 환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개인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만은 분명하다.
성춘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건강 회복 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뇌 손상 등 엄청난 후유증을 낳는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은 의사 윤리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마리화나란 대마초의 잎을 말려 가루로 만든 환각제로 주로 궐련으로 만들어 피운다. 마리화나는 중미, 북미에서의 호칭이고, 고형화시켜 사용하는 아랍에서는 하시시라고 부른다. 담배보다 중독성이 적지만 기억력 판단력 등의 뇌기능을 손상시킨다. 우리나라와 미국 연방정부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