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법시험제도 존치

임영익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사시존치>임영익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임영익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사시폐지>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2007년, 논란 끝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연수원 몇 기'라는 깃발 아래 모이는 순혈주의 문화, 그중에서도 특정 명문대 출신이 주도하는 끼리끼리 문화는 법조계를 넘어 한국 사회의 오랜 문제였다. 로스쿨은 이 같은 묵은 숙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로스쿨로 인한 새로운 문제가 속속 드러났다. 한 쪽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사시를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사시존치가 최근 맞닥뜨린 문제의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017년 최종 폐지 일정을 앞두고 뜨거워지고 있는 사법시험 존치 논란과 관련 찬반 주장을 싣는다.

찬성-임영익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객관적 시험 통해 균등한 기회 제공해야

● 로스쿨 면접 비중 커 음서제로 변질

● 법률가 양성기간 3년으론 한계 있어

● 사시·로스쿨 공존 통해 상호보완을


다양한 전공자를 받아들여 전문성을 확보하고 고시 낭인 등의 사법시험 폐단을 막겠다고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모 국회의원 딸의 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로스쿨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된다.

먼저 로스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발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이다. 로스쿨 입학단계부터 판사와 검사 선발에 이르기까지 그 기준과 방식이 베일에 쌓여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전 헌법재판관과 국회의원 자녀들의 경력법관 합격 특혜 의혹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로스쿨 입학에 실패한 사람들도, 판검사 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도, 자신이 왜, 어떤 이유로 탈락하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은 인재 선발을 위해 과거제도(시험)·천거제도(추천), 그리고 음서제도(세습)를 이용했다. 음서제도는 아버지의 음덕(蔭德)에 의지해 그 자손을 관리로 서용(敍用)하는 제도다. 음서제도 창궐은 나라의 망조로 이어졌다. 지금 로스쿨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뛰어난 인재를 공정하게 뽑고자 하는 열망은 로스쿨 교수들이 가장 강할 것이다. 이런 열망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이 음서제도로 변질되는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로스쿨 입시에 면접이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의 딸이 우리나라 로스쿨에 지원했다고 상상해보라. 정의로움은 합격자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불합격자가 느끼는 공정성의 무게다.

2017년 폐지를 앞두고 있는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제도는 선발의 방법과 기준, 그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모든 과정이 철저한 실력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객관적인 시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의 힘이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다. 이는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법학과의 입학(아비투어, 그랑제콜), 변호사 연수원 및 국립사법관학교(프랑스), 1차 사법시험 및 2차 사법시험(독일)의 운영을 엄격한 실력주의·공개주의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갑자기 짧아진 법률가 양성기간으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법률가의 자질에 관한 문제이다. 로스쿨 측은 실무교육을 강조하며 3년 내에 이론과 실무를 모두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의대 과정 6년을 생략하고 '자르고 봉합하는' 전문의 과정 4년만 배우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될 수 있다는 발상과 같다. 로스쿨 측 주장대로 3년 만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로스쿨이 아닌 법대에서 4년을 공부한 법대 졸업생은 왜 변호사가 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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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라는 발상은 영미법계의 미국 로스쿨에서 나온 것이지만 대륙법계로서 법체계가 완전히 다른 우리나라가 미국의 교육기간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은 난센스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는 나름의 장점도 많이 있는 제도다. 앞서 설명한 로스쿨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로스쿨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사법시험을 계속 존치하는 것이다.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지금처럼 계속 병행될 경우 열린 지식 생태계가 강화되면서 두 제도가 상호보완 발전할 수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로스쿨의 10% 정도로 제한하면 로스쿨은 정원 위협을 받지 않고 기본 경쟁력이 유지된다.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정한 실력에 도달하기 위해 로스쿨의 교수진들과 교육 인프라는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강력한 자정 시스템이 구축된다. 결국 인재들이 로스쿨에 더욱 몰릴 것이며 이들이 미래 대한민국 법조계의 주역이 된다. 로스쿨은 스스로 강력한 진화를 하게 되며 멀지 않은 미래에 실력과 공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열린 지식 생태계의 속성이다. 그러나 사법시험이 사라지고 로스쿨만 존재하는 모노폴리가 시작된다면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면서 로스쿨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선택의 다양성이 없는 시스템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사법시험은 국민 모두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 주는 공정사회와 기회균등의 아이콘이며 로스쿨 제도를 발전시키는 명약이다. 일전에 모 일간지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5%가 사시존치를 원하고 있다. 더 이상의 구구한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다. 국민의 뜻이 그러하므로.

반대-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신림동 고시촌·시험선수 위한 제도일 뿐

● 고졸자·전문대생 등에 기회 안 돌아가

● 법조계의 명문대 쏠림 현상 완화에 도움

● 지방경제 살리고 지역인재 등용 효과도


모든 주장에는 이유가 있고 모든 이유는 누구의 이익에 연결돼 있다. 사시존치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사시가 존치되면 대학진학을 하지 못한 고졸자나 전문대생이나 독학사가 변호사가 될 기회를 가질까. 그렇지 않다. 1989년부터 2010년까지 22년 동안 고졸자나 전문대생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모두 13명으로 2년에 1명꼴이다. 대학입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합격자의 99.91%였다. 사시가 존치된다고 해서 4년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사람이 시험에 합격할 확률은 0.01%다. 반면에 로스쿨에는 지난 7년 동안 독학사나 학점은행 등으로 57명이 입학했다. 1년에 8명꼴이다. 사시존치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시가 존치되면 로스쿨을 갖지 못한 대학의 학생, 특히 그 대학의 법학전공자에게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사시가 존치된다고 해서 비로스쿨 대학의 학생만 사시에 응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법학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든지 법학과목을 35학점 이수한 학생은 누구나 사시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런데 비로스쿨 대학의 법학전공자가 로스쿨 대학의 법학 비전공자보다 더 유리하지 않다. 어떤 종류이든지 필기시험에는 시험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서 시험선수의 역량을 충분히 쌓은 로스쿨 대학의 학부 학생들이 사시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은 자명하다. 사시 시절(2002~2014년) 지금 로스쿨이 있는 25개 대학 졸업생이 전체 합격자의 94.17%를 차지했다. 사시가 존치되더라도 선발인원이 몇 명 되지 않을 터이니 로스쿨 대학 출신자의 비율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다. 선발인원이 적을수록 시험선수들이 가져가는 몫이 커진다. 시험선수의 역량에 영향을 더 받기 때문이다.

그러면 로스쿨 체제에서 비로스쿨 대학 출신이 변호사가 되는 길이 좁아졌는가. 그렇지 않다. 사시 시절 비로스쿨 대학 출신으로 사시에 합격한 수가 610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5.83%였다. 그런데 로스쿨 도입 후(2011~2015년) 로스쿨에 입학한 수가 1,219명으로 전체 입학생의 11.71%다. 로스쿨 도입으로 비로스쿨 대학 출신이 변호사가 될 기회가 더 확대됐다. 심지어는 사시 시절 한 명의 합격생도 내지 못한 48개 대학은 처음으로 변호사를 배출할 기회를 가졌다.

사시가 존치되면 지방 대학생에게 도움이 될까.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사시 합격자의 12.03%가 지방대 출신이다. 특히 서울 6개 대형대학 출신이 전체 합격자의 76.55%를 차지했다. 소위 SKY대학은 58.51%를 차지했다. 소수 인원으로 사시가 존치되더라도 그것은 서울에 소재한 몇몇 대학 출신이 차지할 것이다. 지방대학생에게까지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사시는 시험선수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반면 로스쿨에서는 지방대생의 비중이 19.68%로 높아졌다. 로스쿨을 전국에 분산 배치했고 일정 비율 이상을 타대생으로 뽑게 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는 지방 국립 로스쿨에서 정원의 20%를 지역인재 우선선발로 뽑기 때문에 지방 출신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사시가 존치되면 지방경제에 도움이 될까. 1970년대에만 해도 사시공부를 절이나 시골에 있는 고시원에 가서 했다. 그러나 1975년 서울대가 관악산으로 이전하고 1980년대 사시선발인원이 증대되면서 신림동에 고시촌이 형성됐고 1990년대 이후 사시는 신림동에서 하는 것이 됐다. 이제는 신림동과 무관하게 사시준비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사시존치는 신림동 경제에 직접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경제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25개 로스쿨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학생의 절반은 서울에서 절반은 지방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시가 존치되면 사시 출신 기성 변호사에게 도움이 될까. 자신의 정체성을 어려운 필기시험을 통과한 "사법연수원 몇 기"라고 소개하는 데서 찾는 분에게는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른다. 사시가 없어지면 마치 졸업한 학교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허전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률가의 진정한 긍지는 출신이 아니고 국민의 존경에서 찾아야 한다. 결국 사시존치는 신림동 고시촌에만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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