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무결에 그린 푸르른 한복치마 하늘이 내려앉은 듯

김덕용 개인전 내달 15일까지

‘자운영’

오미자차를 우려놓은 듯 투명한 붉은 빛의 한복치마가 풀썩 내려앉았다. 깊은 호수를 끌어올린 듯한 옥색 치마, 높은 하늘을 따 온 양 푸르른 치마. 바스락거릴 것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 치마자락은 결이 고운 소나무판 위에 일일이 자개를 붙여 만들었다. 단청기법을 응용한 목판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 김덕용(50)의 '자운영' 시리즈다. 그의 개인전이 '시간을 담다'라는 제목으로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대 회화과 출신인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선사시대 암각화, 고려의 단청 등 고전미술을 찾아다니던 중 나무라는 소재를 만났다. 반닫이에서 뜯은 나무, 쓰던 판자를 비롯해 미송(美松)을 다듬은 나무판을 20년 이상 캔버스 대신 쓰고 있다. "소나무 결은 정형화되지 않고 변화가 많으며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라서 좋아한다"는 작가는 그 위에 단청기법으로 채색한다. 사포질로 갈아내고 칠하기를 수차례 반복해 나무결을 따라 숨결을 뿜어넣고 시간성을 담아낸다. 옻, 자개 같은 천연재료만 고집한다. 백자 달항아리 표현에 쓰인 빙열(氷裂)같은 자잘한 갈라짐은 달걀과 오리알 껍질을 깨 붙인 것이다. 어른거리는 달의 느낌을 나뭇결을 따라 담담하게 그린 신작 '결-달이 흐르다'와 달항아리를 그린 '결-달을 품다' 시리즈도 신선하다. 나무 결 사이에 시간을 담는 작업관에 대해 작가는 "나는 묵은 된장맛 같은 곰삭음의 미학을 추구하고 그런 감성을 작품으로 보여준다"며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고 생명과 따뜻함을 불어넣는 과정 속에 내 작품은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5월15일까지.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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