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요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성장 근간은 기술혁신이다.
애플은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3년 혁신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애플은 2004년 '아이팟 미니', 2007년 '아이폰', 2011년 '아이패드' 등 출시한 제품마다 소비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며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애플의 제품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아이폰에는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탑재해 종전에 없던 멀티 터치가 가능하게 했다. 사용자들은 살짝 스치듯이 만지기만 해도 반응하는 애플의 멀티 터치 방식에 열광했다. 또 하나의 버튼으로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해 수십 개의 버튼이 필요했던 기존 제품에 비해 조작을 단순화하고 디자인에서도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자업계에 애플이 있다면 자동차 업계에는 도요타가 있다. 도요타는 일찍이 고유가 시대를 예상하고 저연비 성능향상에 매진했다. 그 결과 코롤라를 통해 전세계 소ㆍ중형차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지난 1997년에는 하이브리드차의 원조 격인 프리우스를 발표하면서 업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도요타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전체 누적 판매대수 600만대를 돌파했다. 도요타의 명품 브랜드 '렉서스' 역시 도요타의 대표적인 혁신의 산물이다. 1983년 에이지 도요다 당시 도요타자동차의 회장은 수석임원들에게 "세계 최고의 명차"를 제조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도요타 1,400명의 엔지니어와 2,300명의 기술자가 6년에 걸쳐 450개의 시제품을 개발한 끝에 LS 400을 탄생시켰다. 1989년 LS 400 출시 후 2년 뒤 렉서스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고급 수입차로 부상했으며 연이어 출시된 렉서스 제품들은 렉서스 브랜드의 기본 철학인 '끊임없는 완벽에의 추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도요타는 2010년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사태를 극복하고 세계 1위의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영국의 가전업체 다이슨도 혁신의 대명사다. 먼지봉투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으로 잘 알려진 다이슨은 혁신제품이 소비자에게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가격이 경쟁사에 비해 비싸지면 차별화된 기술로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이 같은 혁신을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혁신에 대한 철학과 이를 받쳐주는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플의 R&D 철학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애플 관계자는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제품처리, 강화 유리 사용 등 애플의 모든 혁신은 단기적인 수익성이 아니라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프로세스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기술개발(R&D) 투자도 과감하고 적극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13년 회계연도(2012년 10월~2013년 9월)에 45억달러(한화 4조6,125억원)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지난 2011년 24억달러(2조4,600억원), 2012년 34억달러(3조4,850억원)를 R&D에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연간 30% 이상씩 늘려가고 있다.
도요타의 혁신 철학은 생산현장에서의 혁신을 일컫는 '가이젠(改善)'으로 요약된다. 이미 지난 수십년간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 'JIT(Just in Time·사전에 부품 수급을 면밀히 계산해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 '포카요케('실수 피하기'라는 뜻·품질 관리의 측면에서 실수를 방지하도록 행동을 제한하거나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게끔 하도록 강제하는 시스템)' 등이 가이젠의 일환이었다.
도요타의 R&D 투자는 그 규모가 크기로 정평이 나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EU R&D 스코어보드'에 실린 세계 R&D 투자 상위기업 현황에 따르면 토요타는 2011년 77억5,450만유로(한화 약 10조9,044억원)를 R&D 투자에 쏟아부으며 전세계 기업 중 가장 많은 R&D 투자를 기록했다. 다이슨 역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찾아 이를 과학 지식으로 해결해나간다'는 기술 혁신 철학 아래 연간 1억400만파운드(약 1,800억원)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매년 20%씩 R&D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