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9일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한나라당폄하' 발언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으로 이틀째 파행 사태를 빚었다.
국회는 전날 오전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터져나온 이 총리의 문제 발언으로 오후 본회의를 속개하지 못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예정된 통일.외교.안보 분야대정부질문도 실시하지 못한 채 공전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색깔공세' 중단과 이 총리의 야당 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통해 국회 정상화를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본회의 불참 방침을 고수한 채 이 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자신들을 `차떼기당'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당내 일각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파면을 촉구하는 등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총리가 사과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고, 여야 원내지도부의 대화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17대 국회 들어 처음 빚어진 본회의 파행사태는 내주까지 이어지는 등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의총에서 "한나라당은 반미.친북정권이라고 우리를 욕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줬으면 좋겠고, 총리는 한나라당에 심하게 얘기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 오늘 당장이라도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을 반미.친북.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매도하는것은 국익을 저해하고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커다란 장애를 일으키는 만큼근거없는 음해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 총리도 국정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근거없이 매도당하더라도 인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국회가 파행된 데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국회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다짐한 뒤 "어제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정부질문을 보면 `주사파들이 청와대와 당정을 장악했다'는 등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인내의 한계를넘어서는 얘기가 많았지만, 국회를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단 대화를 시도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주말과 휴일 냉각기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총리가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대답하는 자리에서 오만방자한 태도로입법부에 도발한 것은 반의회적"이라며 "더이상 사과를 요구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총리의 태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궁지에 몰린 집권세력의 화풀이든, 대권망상에 사로잡힌 행동이든 간에 용납할 수 없는 언행"이라고 비난했다.
이방호(李方鎬) 의원은 "여당대표도 아니고, 총리가 막말로 야당을 공격하는데어떻게 본회의장에 들어가겠느냐"며 "당장 해임건의안을 내야 하며 국회가 상당한기간 파행하더라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 총리 및 우리.한나라 양당의 사과와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본회의장 의석을 지킨채 `묵언시위'를 벌였다.
한편 우리당 송영길(宋永吉) 의원 등 386세대 의원들은 자신들을 `주사파', `386베짱이' 등의 표현으로 폄하한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주성영(朱盛英) 의원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