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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54억달러 관세절감 효과… 차이나머니 한국투자 늘어
국내경기 활성화 촉매 기대
밀려드는 저가 중국제품에 내수품목 타격 등 우려도
10일 오전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자 일본 언론은 긴급 뉴스를 띄우면서 소식을 전했다. "일본은 미국과 EU, 중국이라는 세계 3대 경제권과의 FTA 망 구축에서 한국에 모두 뒤지게 됐다"는 평가에서부터 "한중 FTA는 한중일 3국 간 FTA에 선행한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 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중국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이 관세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도 했다. 일본에는 그만큼 FTA를 매개로 한 한국과 중국의 경제동맹체 구축이 껄끄러웠던 셈이다.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시작했던 한중 FTA가 10일 타결됐다. 장장 30개월에 걸친 협상을 통해서다. 물론 개방 수준은 높지 않다. 한중 FTA에서 양국이 20년 내에 관세철폐를 하기로 한 범위는 품목 수 기준으로 중국 91%, 한국이 92%다. 개방폭이 100%에 육박하는 한미 FTA나 한·EU FTA에 비해 개방의 정도가 훨씬 낮다. 자동차는 물론 쌀 등 주요 민감품목이 빠진 탓이다. 그럼에도 FTA 체결에 따른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FTA 효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년 뒤 1.25%, 10년 뒤 최대 3.04%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13억 인구 품은 대한민국=중국은 지난해 GDP가 9조2,403억달러로 미국(16조8,000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은 단일국가로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수출입을 합쳐 2005년 당시 1,0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8년 뒤인 지난해에는 갑절을 넘는 2,288억달러에 달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은 한국에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라는 얘기다.
FTA 체결로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수출품군인 공산품의 관세장벽을 낮췄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수입 관세율이 평균 9.7%로 미국(3.5%)이나 EU(5.6%)보다 높다. 이번 한중 FTA는 이런 수입 관세를 품목별로 철폐하거나 단계별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방의 폭도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나 인증절차 등을 포함한 비관세장벽을 이번 FTA를 통해 다수 해결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투자액은 902억달러로 이 중 한국에 대한 투자가 4억8,000만달러(0.53%)에 불과했다. 중국은 FTA를 통해 부품소재 및 의료·바이오, 문화 콘텐츠, 패션·화장품, 식품 등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한류 효과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무역업계의 평가다. 박천일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중국 자본의 투자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을 겨냥한 제3국의 한국 투자 증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세절감액 한미 FTA의 5.8배=한미 FTA나 한·EU FTA는 개방 수위는 낮지만 절감되는 관세는 압도적으로 많다. 한중 FTA 발효 이후 중국에 수출할 때 절감할 수 있는 관세가 연간 최대 54억4,000만달러로 예상됐다. 이는 한미 FTA(9억3,000만달러)의 5.8배, 한·EU FTA(13억8,000만달러)의 3.9배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중 FTA 발효 즉시 연간 대중 수출액 87억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가 철폐되고 대중 수출액 458억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는 10년 후에 모두 없어진다"고 말했다.
국내 업종 가운데는 철강(냉연·열연·도금강판), 석유화학(프로필렌·에틸렌)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을 비롯해 패션(의류·액세서리), 건강·웰빙제품, 생활가전(냉장고·에어컨·밥솥)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제품도 특혜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농수산물 역대 FTA 최저 규모로 '방어'했지만…타격 불가피=쌀은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했다. 또 고추와 마늘·양파 등 국내 주요 양념채소류와 쇠고기·돼지고기·사과·배 등 총 610여개 품목이 양허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농수산물 자유화율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합의됐다. 그럼에도 국내 농수산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의 농수산물 수입액은 2008년 28억2,200만달러에서 지난해 47억1,400만달러로 5년 새 67.0%나 증가했다. 관세장벽이 있어도 지리적 이점 등으로 중국산은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개방의 수위를 낮췄다고 해도 잠식 속도는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FTA 수혜 품목으로 여겨지는 공산품 역시 중국산 물량이 국내시장을 무섭게 파고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특히 섬유·의류와 생활용품 등 중소기업들의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당장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혁신 속도를 감안하면 전자제품 등 우리가 기술적 우위를 점한 품목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점차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