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핑시즌을 맞아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예상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괴물 허리케인 '샌디'와 '재정절벽(정부 재정지출의 급감이나 중단으로 인한 경제충격)' 우려에 따른 소비위축 전망이 빗나가면서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내년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1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73.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2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향후 경기를 바라보는 기대지수도 종전의 84.0에서 85.1로 높아졌다.
이는 고용시장이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상환을 위해 씀씀이를 줄였던 미국 가계들이 경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함에 따라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개펜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몇 년 전에 비해 소비자들의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며 "무엇보다 주택시장의 반등과 고용시장 회복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10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월에 비해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바닥을 다지고 회복세로 돌아선 미 주택경기를 반영했다.
연말 쇼핑시즌 개막을 알리는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의 소매업체 매출 증가는 소비개선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매출은 10억4,00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6%나 늘어났다. 오프라인 매출은 112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 정도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 증가가 이를 상쇄한다. 추수감사절 당일 매출 역시 크게 늘었다. 미국 주요 소매업체들의 전산을 관리하는 IBM은 500대 소매업체들의 이날 온라인 매출액이 전년대비 17.4%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익스페리언마케팅서비스는 온라인 쇼핑객이 전년에 비해 16%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업체인 아마존이 회사 역사상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미소매업협회(NRF)는 지난주 말 전체 소매매출은 591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소비지출 증가는 내년 미국 경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유로존의 리세션, 중국의 성장둔화 등으로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소비가 살아난다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는 전세계 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증가 추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재정절벽의 타개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일 백악관은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 등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내년 미국의 소비는 2,000억달러 감소할 것이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앰나 애새프 캐피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11월 소비자 신뢰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지속적인 소비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보다 뚜렷한 개선을 위해서는 재정절벽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