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중 '맹탕 FTA'

中 "개방품목 50%까지 줄일 수도"<br>정부 협상단 "처음부터 다시 논의"

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개방품목 수를 50%까지 낮출 수 있다는 뜻을 꺼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FTA의 경우 10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 수가 우리나라 98.3%, 미국은 99.2%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의 FTA를 하자는 의미로 중국 측의 뜻을 따를 경우 '맹탕 FTA'가 불가피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이달 초 열린 한중 FTA 2차 협상에서는 중국이 높은 수준의 FTA를 원할 것이라는 우리 예상과 정반대로 굉장히 낮은 수준의 FTA를 원했다"며 "처음에는 50%로 시작하면 어떠냐는 말까지 중국 측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맺은 FTA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되는 인도의 경우도 품목 수 기준으로 72%는 관세철폐, 13%는 관세감축이었다. 한미나 한ㆍ유럽연합(EU) 등 주요 FTA는 개방 수준이 최소 90%를 넘는다.


아울러 중국은 품목 수만으로 개방폭을 정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품목 숫자만으로 개방을 하게 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이 양허(개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품목 수와 수입기준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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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측은 환경ㆍ노동ㆍ지적재산권 등의 항목을 독립된 항목으로 협정문에 넣자는 우리나라의 요청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협상대표단은 중국의 소극적인 자세에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개방품목 수도 그렇지만 환경ㆍ노동 등 주요 항목을 독립 항목으로 협정문에 넣는 것에 대한 중국 측의 저항이 거세다"며 "중국이 높은 수준의 FTA를 할 자세가 돼 있는지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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