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FTA 농업대책 재고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농가 피해 대책이 핵심 쟁점의 하나가 되고 있다. 정부와 찬성론자들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수출이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이 더 성장한다고 주장하며 비준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설령 GDP가 몇 % 더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농민들을 설득하고 저항을 잠재울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일찍이 메가트렌드라는 개념을 도입해 21세기의 변화를 예측했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변화에 대한 저항은 현실적 이익으로만 설득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과연 한미 FTA가 농민들에게 어떤 현실적 이익을 주기에 이에 저항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인가. 농업소득 감소 보전대책이 핵심 경제학 교과서는 자원을 재배분할 때 그로 인해 사람들의 이익이 증진돼 다른 사람의 이익이 손상되지 않아야 사회적 후생이 증진된다고 가르친다. 또 어떤 정책의 변화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손실을 보는 사람들을 보상해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 그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정책 변화의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보상의 원칙'을 말한다. 따라서 한미 FTA의 이득이 농민들에게 배분되거나 적어도 손해가 보상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농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한미 FTA 대책으로 22조원의 투융자계획을 제시하고 있고 농민단체와 정치권은 그 규모를 늘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이후 반복된 투융자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생각해보자. 기계와 시설에 대한 보조금과 저리 융자가 불요불급한 투자를 유혹하고 폐원보조가 멀쩡한 복숭아밭ㆍ포도밭을 갈아엎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또 농가지원금의 대부분이 융자여서 결국 부채 문제로 귀착돼 두고두고 그 뒷바라지에 예산을 쏟아붓는 아픔을 겪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도농 간 소득격차는 대폭 늘어나 '돈을 그렇게 쏟아부었는데 농업은 왜 이 모양이냐'고 얼마나 구박을 받았던가. 이번에는 투융자 규모에 매달리기 전에 외형상 수십조원에 이르는 투융자 자금으로 이른바 선진 농가를 지원하면 일부 농업의 수익성이 향상되고 농산물 수출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대다수 보통 농민이 한미 FTA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 투융자가 필요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투융자가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지만 시장개방으로 보통 농민이 당하는 당장의 피해에 대한 효과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FTA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농업소득이 감소하는 경우, 이를 보전하는 제도가 FTA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화 시대에 웬 피해보전이냐'고 할지 모른다. 대통령도 최근 "농민들에 대한 퍼주기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수준으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고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現 피해보전제도는 전시용 우리나라에도 현재 피해보전제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가격이 15% 이상 하락한 부분의 90%를 보전하는 것으로 돼 있어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이 제도가 실제로 발동되는 일은 거의 없게 되고 결국 전시용 제도에 머물 공산이 크다. 이 제도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미, 나아가 한중 FTA의 핵심 대책임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이 제도는 퍼주기가 아니라 보상의 원리에 따른 합리적 조치이고 미래에 대한 농가의 불안감을 줄여 '묻지마 농업 탈출'을 막고 합리적 투자를 유도해 농업과 농촌을 국민이 필요로 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