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마지막 미개척 소비시장 잡자" 글로벌 기업들, 검은 대륙으로

월마트·보다폰등 잇단 阿 진출, 외국인 직접투자도 갈수록 늘어<br>정치 불안등 기업활동 난관 많아 "넥스트 亞 멀었다" 회의적 시각도


지난 18일 글로벌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에 기다렸던 낭보가 날아들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체인형 할인업체 매스마트의 주주들이 지분 51%를 23억달러에 월마트 측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매스마트는 남아공 등 아프리카 13개국에 29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아프리카 3위 유통업체다. 월마트의 매스마트 인수를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남아공 최대 노조 CASATU의 보이콧 가능성 등이 향후 난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남아공을 발판으로 아프리카 유통시장을 선점하려는 월마트로서는 우선 1단계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월마트처럼 아프리카의 신흥 소비층을 노리고 검은 대륙으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에 깃발을 꽂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주로 원유나 크롬, 다이아몬드, 코코아 등 천연자원 확보를 목표로 삼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미개척 소비 시장으로서 아프리카를 주시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프리카 소비층을 파고 드려는 새로운 물결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케냐의 통신시장을 놓고 영국 보다폰과 인도의 바르티에어텔 사이에 한판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 가입자를 상대방보다 더 많이 확보하려는 양사의 마케팅이 치열해지면서 문자 메시지 건당 비용이 1페니까지 떨어졌다. 또 영국의 맥주 제조업체 SAB밀러는 에티오피아에서 생수업체를 인수한 후 에티오피아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로 수출을 하고 있다. KFCㆍ타코벨ㆍ피자헛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식품업체 윰브랜즈는 아프리카의 KFC 매장을 향후 수년 내에 1,2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WSJ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휴대폰 메시지를 주고 받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슈퍼마켓 복도를 배회하는 걸 즐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필수소비재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여력이 되는 중간 소비계층(middle income consumers) 수에 있어 아프리카는 이미 인도를 추월한 상태다. 아프리카 소비자들의 지출 규모는 지난 2008년 8,600억 달러 정도였으나 오는 2020년에는 1조4,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아프리카의 신 소비계층 확대와 함께 다국적 기업들의 아프리카 투자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아프리카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585억6,000만달러로, 2000년 대비 6배가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위축됐던 2008년에도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규모는 721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물론 아프리카가 '넥스트 아시아'가 되기란 아직 요원하다. 아프리카로 뛰어드는 다국적 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아프리카 진출 후 넘어야 할 난관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세계은행의 '일하기 좋은 나라' 조사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바닥권을 휩쓸고 있다. 높은 실업률로 고심하고 있는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 불안도 문제다. 한때 아프리카 남부의 곡창지대로 불렸던 짐바브웨의 경우 오랜 정정불안으로 인해 지난 2008년 현재 국가 경제규모가 2000년 대비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보리코스트의 코코아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는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던 두 명의 후보가 서로 당선자라고 우기며 국가를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패 역시 기업 활동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토고에서는 배송 트럭이 100㎞를 달리는 동안 통과해야 하는 검문소가 평균 5.7개에 달한다. 검문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두 시간 이상 배송 지연을 겪지 않으려면 평균 25.62달러의 뇌물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소비시장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에너지투자 자문업체인 글로벌퍼시픽앤파트너스의 던컨 클라크 대표는 "아직 아프리카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기회는 쇼핑몰이 아니라 대지와 바다 아래에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층 공략보다 잠자고 있는 원유나 광물을 발굴하는 편이 더 낫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직접 뛰어들어 성공이라는 열매를 손에 쥔 유통 업체들은 아프리카 소비시장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초콜릿업체 네슬레SA의 경우 1927년에 아프리카에 첫 공장을 세운 후 현재까지 24개의 공장을 건립해 가동 중이다. 또한 음료업체 디아지오PLC는 현재 아프리카 40개국에서 기네스와 보드카ㆍ베일리스ㆍ조니워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아프리카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중인 기업들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앤디 본드 월마트 지역 담당 부사장은 "아프리카는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며 "우리는 10~20년 이후를 내다보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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