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 조기매듭” 여권 감잡았나/떠오르는 정국돌파 해법

◎“더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 분위기 확산/YS·이 대표 정치인 명예회복 집중 거론/전직대통령 사면복권도 급부상… 검찰 반발 변수로청와대가 한보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한보 청문회와 사건 재수사가 예상과 달리 한보정국을 수습국면으로 몰고가기는 커녕 오히려 의혹을 증폭만 시키고 있는 현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여당이 청문회와 생중계를 수용한 것은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청문회를 진행하다보니 의혹이 좁혀지기보다 더욱 증폭되고 어수선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같은 상황을 벗어나고, 어떤 수준이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오히려 기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보정국을 조기에 마무리 짓는다는 기류가 청와대에 흐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단 정국의 뇌관이 되고 있는 한보관련 정치인들의 검찰 소환조사가 금주말께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검찰에 소환되는 정치인들 중 거물급은 많지만 사법처리 대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에서 소환대상자중 하나로 거론됐던 김수한 국회의장은 대상이 아닌 것도 확인해주고 있다. 더이상 문제를 키울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가 지난 12일 김대통령을 면담한 것도 한보정국을 가능한한 빨리 벗어나기 위한 여권의 행보로 해석된다. 이자리에서는 한보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하며 정치인들의 명예문제가 집중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것은 이대표가 민주계로부터 「민주계 음모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받으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대로, 원칙대로」를 내세워 대쪽으로 알려진 이대표가 당의 결속과 주도권 장악을 위해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나 이대표, 민주계의 이해와 정서가 한보사태의 조기 종결방침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여권핵심부는 거물급 정치인들도 검찰에 불려가 밤샘조사를 받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카타르시스적인 효과를 주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김영삼 대통령도 최근들어 비교적 밝은 표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밤에는 김용태 비서실장의 공관입주 집들이에도 전 수석비서관들과 참석해 약 두시간동안이나 밝은 표정으로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함께 했다. 한 관계자는 『이날 한보수사 등 정국 현안은 일체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여권의 분위기에 반발하고 있는 검찰의 행보와 이해를 달리하는 일부 정치권의 움직임이 변수가 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인 소환」이 현철씨 문제를 비켜가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일부주장에 대해 『정치인 리스트는 본류가 아니라 오히려 가지다』면서 『현철씨 문제는 지금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철씨 비리 수사에 큰 진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바로 이점이 최근 김대통령의 자신감 회복의 한 요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문제도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직 거론하기에는 이른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사면복권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한보 정국을 마무리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임기말 두가지 큰 과제를 함께 털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한보정국의 최대 분수령은 아무래도 오는 25일로 예정된 현철씨의 청문회 출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습이냐, 확산이냐를 가늠할 이날 청문회를 전후한 여권의 움직임도 관심사다.<우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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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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