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창조경제 이끄는 서비스디자인] <4부> 소비자 마음 품은 제품

품질만으론 더 이상 안통해… 감성 덧입히니 매출도 쑥쑥<br>가정용 주방후드 전문기업 하츠… 모든과정 문자로 알려 성과 톡톡<br>애플은 서비스플랫폼 연계 통해 삼성보다 영업이익률 두배 올려

하츠의 렌탈 후드 서비스(숲) 직원(하츠맨)이 고객 집을 방문,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하츠는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해 가정용 주방 후드 B2B 회사에서 B2C 회사로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제공=한국디자인진흥원

# 가정용 주방 후드 전문기업인 하츠는 지난 2011년 12월 '숲'이라는 이름의 렌탈 후드 서비스 개시에 앞서 THE DNAㆍ사이픽스ㆍ인큐브 등 3개 디자인전문기업 컨소시엄과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5년 가까이 소비자와 직접 접촉 없이 기업 대상으로만 후드ㆍ빌트인 기기 등을 제조ㆍ납품 해왔던 하츠 입장에서는 제품 품질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하츠는 렌탈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감성 코드가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전략으로 하츠는 ▦관리서비스 전 과정을 고객에게 실시간 알려주는 서비스 매뉴얼 작성 ▦서비스 진행 중 알리미 문고리 제작 ▦서비스 방문 전 배우자나 가족에게 동시 문자 제공 ▦서비스 직원(하츠맨) 유니폼 제작 및 ID카드ㆍ공구가방ㆍ명함ㆍ관리서비스 가방 디자인 ▦계약서ㆍ고객관리카드ㆍ사용설명서 디자인 등을 실행에 옮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숲' 개시 이후 고객 만족도 조사결과 97%가 '매우 만족'이라고 답한 것. 만년 B2B 회사에서 B2C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한달 동안 디자인의 전략적 역할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사적으로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실무교육을 실시했다"며 "렌탈 서비스 개시 이후 브랜드 이미지 향상의 높은 성과를 몸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조업 분야에도 서비스디자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부품 표준화ㆍ모듈화로 후발 제조업체도 단기간 내에 선발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품질을 만들어 내면서 더 이상 제품 자체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체들도 제품에 잘 디자인된 서비스를 결합해야만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1,891억8,000만 달러로 미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애플(1,565억1,000만 달러)을 여유있게 앞섰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애플이 552억4,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273억3,000만 달러)의 두배가 넘었다.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14.45%)가 애플(35.29%)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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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서는 서비스 차이가 삼성과 애플 수익률 차이를 벌려놓은 주요 요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자사 제품과 결합해 구축한 서비스 생태계가 애플에 엄청난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단 애플 만이 아니다. 제조업체가 서비스기업화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프랑스의 세계 1위 건설사인 빈치는 2010년 현재 전체 매출의 14%에 불과한 공항ㆍ도로ㆍ주차장 운영 서비스사업을 통해 전체 영업이익의 58% 이상을 거둬들였다. 글로벌 복사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제록스는 최근 문서 관리시스템 회사로 탈바꿈했다.

IBM도 IT 솔루션 서비스를 앞세워 하드웨어 업체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999년~2007년 제품에 서비스를 결합한 국내 61개 제조업체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제품 부문 이익은 연평균 18% 증가한 반면 서비스 부문 이익은 24%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애플은 제조업에 서비스플랫폼을 연계해 삼성전자의 두배에 해당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5.1명으로 ICT제조업 6.6명의 두 배를 웃돈다"고 소개했다.

산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서비스기업화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 제조업체들도 중장기적으로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제품 서비스 고도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뿐 아니라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는 중소기업들 역시 독자적인 브랜드 확보와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서 서비스 부문 동반 고도화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전통 제조기업들의 서비스기업 전환 솔루션이 적극 개발되고 시장에 널리 전파돼야 한다"며 "디자인도 제품 자체 디자인보다는 소비자의 경험과 욕구를 다루는 서비스디자인 연구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제조업체의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과거에는 품질과 가격이었으나 최근에는 브랜드와 디자인, 서비스 경쟁력까지 추가됐다"며 "따라서 국내 제조업체들도 후발업체를 따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서비스를 경쟁우위 요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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