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급증에 항공·관광업등도 심한 타격9.11 테러 참사 이후 미국 고용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어, 미국이 3분기에 경기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연방정부와 민간연구단체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경제지표들의 상당수가 참사 이전의 자료를 근거로 하거나 조사대상자들이 불안감과 애국심 등 주관적 요인을 전제로 설문에 응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어 테러로 인한 미국 경제 상황을 실측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노동부가 5일 발표한 지난 9월 실업률은 참사 전날인 10일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전달과 같은 4.9%로 나왔다.
그러나 조사시점으로부터 한달이전에 직장을 잃은 사람이 19만9,000명으로 뉴욕 월가의 예상치보다 두배나 많게 나왔으며, 이는 걸프전 당시인 91년 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4일 발표된 9월 마지막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92년 7월래 가장 많은 52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통계는 참사 이전부터 미국의 고용시장이 크게 악화되었음을 보여주었고, 테러 공격 이후 항공산업에서만 10만명의 실업자가 방출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기관인 챌린지&그레이에 따르면 9월 해고자수는 25만명으로 8월의 14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10월 실업률이 5.3%, 연말에는 6.0%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구매자관리협회(NAPM)가 전국적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비제조업 지수는 8월 45.5에서 9월엔 50.2로 껑충 뛰어 사실상 불황을 극복한 것처럼 나타났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호황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지수의 근거가 되는 호텔ㆍ항공사ㆍ레저업ㆍ요식업등이 테러 참사 이후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손성원 부행장은 “참사로 인한 경제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는 ‘V자형’ 조기회복을 전망하는 낙관론과 ‘L자형’ 장기침체를 주장하는 비관론으로 엇갈려 있다.
◆ V자형 조기회복론
메릴린치의 브루스 스타인버그, 톰슨파이낸셜의 찰스 힐과 같은 이코노미스트들은 테러 참사를 계기로 연방정부가 대대적인 경기진작대책을 채택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과감한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급격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테러 참사로 인한 피해는 보험으로 커버되고, 항공산업의 집단해고는 다른 산업으로 파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추수감사절(11월말) 이후 승전이 확실하게 나타날 경우 소비자 심리가 급격하게 살아난다는 것.
◆ L자형 장기침체론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JP 모건의 존 립스키등은 불황의 장기화를 주장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테러로 인해 제조업에서 시작된 불황이 서비스업으로 확대되고, 대규모 해고로 인한 소비 위축이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들은 기업의 투자 축소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인한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테러 전쟁이 중동 산유국을 자극, 원유 감산으로 인한 유가가 상승하고, 달러 약세가 지속돼 외국인들의 미국투자를 기피할 경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하락이 불가피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