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행자부 열린광장] 공무원들 대정부 성토장 됐다

『아예 월급을 주지 말아라. 그러면 월급만으로 생활하던 무능한(?) 공무원들이 다 나갈테니. 그것이 바로 구조조정의 가장 빠른 길이다.』, 『공무(公務)자체를 효율성으로만 판단한다면 정부자체가 없어지는게 낫지 않을까.』정부 직제개편 확정을 앞두고 행정자치부 인터넷사이트(WWW.MOGAHA.GO.KR)의 「열린 광장」이 공무원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조·역설·상호위안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올초만 해도 열린 광장에는 하루 40~50여건 정도의 글만 실렸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말이후 적게는 200여건, 많게는 300여건의 글이 뜨고 있다. 심지어 어린이 날인 지난 5일에도 200건 가까운 글들이 게재됐다. 이같이 열린 광장에 공무원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달이 공무원들에게는 「최악의 달」이었기 때문. 상여금은 물론 체력단련비마저 없어져 기본급과 기본수당만 적힌 얄팍한 월급봉투를 받아쥐게 된 공무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게다가 1만5,000여명의 인원과 조직을 추가감축하는 내용의 2차구조조정안이 발표되면서 이에대한 비난과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요즘처럼 공무원들 사기가 떨어진 적이 일찌기 없었습니다. 봉급삭감에다 정원감축, 기구축소…. 「직업공무원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20~30%의 인원이 감축돼 국가경쟁력이 살아나고 부강한 나라가 된다면 국민의 봉사자인 우리가 희생을 감수할 수 밖에요. 그러나 인력감축이 공공부문 경쟁력 강화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사이버노조」 결성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자신을 「노조위원장」이라고 밝힌 한 공무원은 열린 광장을 통해 사이버 노조원을 모집하는 글을 게재해 공무원 사회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구조조정에 따른 일선 조직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무원에 대한 회의(懷疑)를 담은 내용도 부쩍 늘고 있다. 『공무원들을 싹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물만 먹어도 살 수 있고 성기능도 없어 혼인의 부담이 없는, 아무데서나 자도 생존할 수 있는, 그리고 꿈도 없어 내일의 희망을 가지지 않는 그런 우수한 구조를 가진 인간을 창조하여 공무원으로 근무시킵시다.』 『공직생활 20년에 아직 7급. 이제는 공직에 대한 미련이 없다. 언제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다. 사명감을 잃어버린지가 언제쯤인지 기억도 안난다…』 실린 글들이 피부에 와닿는 내용들이다 보니 일부부처 공무원들은 열린광장에 실린 글들을 인쇄, 서로 돌려보며 토론의 주제로 삼기까지 하고 있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아이디어 아닌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지난 5일밤 한 공무원은 「장관 봉급올리기 운동을 합시다」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장관들 월급이 적다 보니 피해를 보는건 하위직 공무원이라며, 장관 월급이 오르면 자연스레 전체 공무원 월급도 오를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무원 뿐만 아니라 공무원 가족들의 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초롱」이란 필명의 한 여학생은 『말단이지만 공무원인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공무원들이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격려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행정자치부 박재혁 행정관리담당관은 『박봉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열린 광장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게재된 글중 정책에 반영할 만한 내용들은 각 실무부서를 통해 장관에게도 보고 된다』고 말했다.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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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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