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담배소송과 소비자 부담

오명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회는 보건복지부의 속도조절 요청에도 불구하고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송의 근거로 '흡연자들은 담배 1갑당 354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내고 있지만, 담배판매로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들은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기 때문에 흡연으로 인한 질병치료비를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송 비용 늘면 가격인상 불보듯


그런데 흡연으로 인한 질병치료비에 대해 담배회사(기업)의 부담과 흡연자(소비자)의 부담을 분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건대 결코 분리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외부요인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상승은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볼 때 재화의 가격은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제세기금 등에 일정 부분의 기업이윤이 더해져서 정해진다. 따라서 기업은 원재료가격 상승이나 세금인상 등 경영상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면 그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개정된 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200만원 이상의 명품가방에 대해 개별소비세가 부과되자 업체들은 판매가격을 10% 내외 인상했다. 지난 2012년에는 9만원이던 농업용 필름 폐기물부담금이 15만원으로 인상되자 경영압박을 받은 제조업체들은 일제히 필름 값을 껑충 올려 받았다. 이렇듯 제세기금을 올리자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 등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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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경우 담배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1994년 미시시피 주정부를 시작으로 다수의 주정부들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의료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회사들은 소모적인 소송 진행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손실을 막기 위해 25년간 총 2,060억달러를 46개 주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로 주정부에 지급하는 합의금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넘겨졌다. 담배회사들이 합의금 마련을 위해 담배가격을 30% 이상 인상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장하는 대로 흡연 관련 질병치료비를 담배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면 담배회사는 이를 제품가격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 연간 순이익이 약 9,500억원 수준인 국내 담배회사들이 1조7,000억원이나 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금액을 부담하려면 가격인상 없이는 불가능하다. 겉으로는 손해배상소송의 피고인 담배회사에 부담금(청구금액)이 부과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종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 결국 '부담금의 전가'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건강부담금과 이중과세 논란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언급한 바와 같이 담배에는 이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담배회사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운다면, 종국적으로 모두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기 때문에 이중과세의 논란 여지도 존재한다.

만약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송 제기가 건강보험재정 확충을 위한 목적이라면 한해 35만명의 사상자를 내는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자동차, 간암과 비만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주류와 패스트푸드 등에 새로운 부담금을 신설하는 등 재원의 다양화도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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