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은행민영화 일정을 조정하고, 연ㆍ기금 등 기관투자가 중심의 국내 금융자본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또 외국자본에 은행 지분을 매각할 경우 펀드 보다는 외국은행 계열의 자본이 바람직하며 엄격한 건전성 심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21일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입영향 및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 지배율은 30%로 선진국은 물론이고 97년말부터 금융위기를 함께 겪은 말레이시아(19%), 태국(7%)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업진출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들 외국자본이 인수한 은행들은 기업대출은 외면하고 손쉬운 가계대출에만 주력해 경제성장동력 확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제일, 외환, 한미 등 외국계로 분류되는 3개 은행의 경영실태를 국내계 또는 혼합계(국민, 하나 등 지분율 5% 이상 대주주가 있는 경우)와 비교한 결과 외국계 3개은행의 총대출금중 기업대출비중은 9월말 현재 49.6%로 IMF 당시인 98년말 82.9%보다 무려 33.3% 포인트나 감소한 반면 가계대출은 10.4%에서 45.6%로 35.2% 포인트나 증가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득한 은행지분(우리ㆍ하나은행 등)을 매각할 때 가급적 기관투자가 중심의 국내 금융자본을 택해 외국자본의 과도한 금융산업지배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는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며 경영을 감시하고 적절히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ㆍ기금 등 장기운용자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국내 금융자본 육성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적자금회수를 서두르지 말고 은행 민영화계획을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불가피하게 외국자본에 은행 지분을 팔더라도
▲`펀드`보다는 `은행`계열이 바람직하며
▲외국자본의 국적을 다양화하고
▲자본의 성격과 건전성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