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M&A 태풍… 업종벽 무너질 금융기관,선택 기로에

◎투자은행이냐 생활은행이냐/은행­종금 증권­보험 등/이업종합병 시너지 극대/투자전문­소매금융중/양자택일 사전준비를금융기관들은 앞으로 투자은행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생활은행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정부가 지난 15일 금융기관의 합병에 대한 인가기준 및 지원사항을 발표함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향후 발전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검토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이번 정부 발표로 금융기관들은 동종업종간 뿐만 아니라 이종업종간에도 활발한 인수·합병작업이 진행돼 거대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동종업종간 합병을 유도해왔으나 해당 금융기관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부족과 전문성제고라는 벽에 부딪쳐 합병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온 게 사실이다. 정부가 발표한 은행과 종금, 증권과 종금, 은행과 증권 등 이업종간 합병에 대한 지원내용은 동종업종간 합병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어 시너시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은경제연구소 이장희박사는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은행, 보험, 증권이라는 기존 금융산업의 큰 틀에서 벗어나 생활은행이냐 투자은행이냐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어떠한 이점을 위해 합병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을 주영업대상으로 도매, 투자, 국제금융을 영위하는 투자전문은행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은행과 보험업무를 합작시키는 형태의 금융기관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외환위기에 처하게 된 것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인도를 인정받는 세계적인 투자전문은행이 없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권리를 추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자신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 은행들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은행경영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 대한 도전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은행에 대한 동일인 소유지분제한을 이른 시일내에 철폐하고 금융기관 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과 보험사가 합병하는 경우 합병금융기관이 은행창구에서 어떤 업무를 할 수 있고 어떤 업무는 할 수 없는지에 대한 보다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개별 은행으로서는 투자은행이냐, 생활은행이냐의 기본방향을 먼저 결정해야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합병 지원방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는 금융기관 합병태풍속에서 합병의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채 합병의 부작용에만 시달리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우려다.<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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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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