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인의 전 대통령 한법정」 모면/최규하씨 강제구인 이모저모

◎전·노씨 “자리 피하고 싶다” 요청 수용/선서·증언거부 이유만 밝히고 “함구”12·12 및 5·18사건 항소심의 역사적 심판대앞에 세 전직대통령이 나란히 서는 장면은 끝내 연출되지 않았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전두환·노태우 두전직대통령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최규하 전대통령이 증인으로 입정하기 전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법정에서 퇴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 섰던 3명의 대통령이 각기 다른 신분으로 한 법정에 선 날 국민들은 역사의 증언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면서도 착잡한 심정을 감출수 없었다. ○…이 사건 담당 재판장인 권성부장판사가 상오10시 개정을 선언한뒤 색깔이 선명한 하늘색 수의를 입은 전두환피고인이 입을 굳게 다문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 변호인과 재판부에 목례를하고 피고인석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어 법정에 들어선 노태우피고인은 상기된 얼굴로 방청석과 변호인석을 번갈아보며 전피고인 옆을 차지했고 뒤이어 반란의 주역들이 차례로 앉았다. 권부장판사가 『증인 최규하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겠습니다』라고 고지하자 전피고인의 변호인 석진강변호사가 일어서서 『피고인석에 선 두전직대통령은 심히 가슴 아픈 심정이므로 최전대통령이 증언을 하는 동안 자리를 피하도록 해달라』고 요청. 이에 권부장판사는 노태우피고인측 변호인의 의사를 묻고 검찰측의 의견을 물은뒤 퇴정을 허가. ○…최씨는 상오 9시26분께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청사에 도착, 불편한 다리를 빨간색 지팡이로 지탱하며 서울고법 김갑동 사무국장, 김찬식 형사과장과 법률고문 이기창변호사의 안내로 천천히 법원가동 부출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검정색 코트 차림의 최 전대통령은 부출입구 주변에 운집한 촬영기자 30여명이 집중적으로 플래시를 터트리자 발밑을 응시한 채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었으며 소감과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로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법원측은 커피를 피한다는 최씨 측근의 말에 따라 녹차 등 2∼3가지의 국산차를 준비, 대접했으며 그 사이 대기실에는 최흥순비서관과 이기창변호사만이 대기. 최씨가 부출입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동안 보도진과 경찰및 법원방호원들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방호원들은 아예 부출입구에서 부터 취재진들의 접근을 막아 전직 대통령의 신변 보호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앞서 서울지검 이재영 수사3과장등 수사관 4명은 상오 7시50분께 구인장을 갖고 서울 마포구 서교동 467의5 최씨자택에 도착. 그러나 이들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구인에 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위해 1시간여 동안대문 밖에서 대기하면서 최씨 측근들과 구인절차 등을 논의한뒤 1시간 뒤인 상오 9시께 자택 안으로 들어가 구인장을 제시하고 구인을 집행. 최씨는 가족이나 수사관들의 부축을 받지 않은채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현관 계단을 내려온뒤 지팡이를 측근에게 넘기고 정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채 긴장된 표정으로 취재진들을 잠시 쳐다본뒤 곧바로 대기중이던 자신의 서울2보 6747 그랜저승용차에 탑승, 법원으로 향했다. 최씨는 건강이 몹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대체로 건강한 모습이었으나 시종 굳은 표정. 최씨를 태운 승용차는 경찰 순찰차 2대와 검찰 차량 2대의 호위를 받으며 자택을 출발해 합정동 사거리, 양화대교 북단, 강북 강변대로, 반포대교를 거쳐 상오9시29분께 법원에 도착. ○…최씨는 증언대에 선뒤 재판부의 인정신문(인적사항)에만 응한뒤 증인선서와 증언은 끝내 거부. 최씨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 행위에 대해 후일 일일이 소명이나 증언을 해야 한다면 국가경영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또 이러한 전례를 만들어 앞으로 배출될 대통령들의 직무 수행에 부담을 주는 것은 국익에 손상이 된다』는 소신을 밝힘으로써 선서및 증언거부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선서없이 증인신문을 진행, 증언을 유도했으나 최씨는 검찰의 증인신문이 시작되자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한편 최씨의 입정에 앞서 변호인측이 『전직 대통령 3명이 법정에 서는 우리 헌정사의 비극적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노피고인의 일시 퇴정을 요청, 검찰과 전·노피고인이 동의하고 재판부가 수락함에 따라 전직 대통령 3명이 법정에 함께 서는 사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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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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