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을 단단히 쥐어짜고 있는 모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11곳에 불과했던 연매출 5,000억원 초과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지난해에는 205곳으로 두 배나 급증했다. 대기업만 당한 게 아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각각 15%와 47% 늘었고 영세자영업자도 3배로 뛰었다. 이 중 절반은 비정기 조사였다고 한다. 세무당국이 기업을 상대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와 지난해 2년 연속 18조원이 훌쩍 넘는 세수 결손을 기록했으니 애가 탈 만도 하다. 세입을 늘려보겠다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 온갖 시도를 해봤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게 했다. 하지만 세수 부족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 자체에 있다. 무상복지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복지 예산은 대폭 늘렸지만 그 비용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증세는 경기침체 때문에 힘들다고 하고 대안으로 내놓았던 비과세·감면 축소도 말뿐이었다. 비현실적인 성장률 추정은 뻥튀기 세입 계획으로 이어져 세수 부족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러니 기업을 윽박지르고 성과를 부풀려 나라 곳간을 채우는 시늉이라도 할 밖에. 정부가 사고를 쳐놓고 책임은 기업에 전가한 꼴이다.
가뜩이나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로 걱정이 태산인데 비정상적인 세무조사에까지 시달린다면 기업의 등골은 휠 수밖에 없다. 앞에서는 규제를 완화할 테니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고 뒤로는 목줄을 죈다면 어느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나. 세무당국은 기업을 닦달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세입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일몰 비과세 감면 항목에 대한 원칙 폐지만으로 안 된다면 국민에게 증세 논의 또는 복지 등 세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