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기업 내부거래 88%가 수의계약

공정위 20곳 실태 조사<br>계열사 쉽게 일감 몰아줘<br>계약 후엔 다시 中企위탁<br>'통행세'만 챙기기도 빈번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 A사는 지난해 계열사인 B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130억원짜리 공사를 수주한 후 이를 거의 그대로 다시 중소업체인 C사에 108억원에 하도급으로 넘겼다. 또 다른 대기업 물류 업체인 D사는 계열사의 '부품운송' 건을 수의계약으로 33억 원에 따낸 후 이를 중소기업 E사에 다시 30억원에 하도급을 줬다. 대기업 집단 소속 20개 광고ㆍSIㆍ물류 업체 거래 실태 조사 결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88%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을 통해 쉽게 일감을 따낸 후 이를 다시 중소기업에 싼 값에 넘기며 '통행세'만 챙기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집단 소속 광고ㆍSIㆍ물류 등 20개 업체의 내부거래 현황과 사업자 선정 방식 등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분석 대상 20개 업체의 매출액 총 12조9,000억원 가운데 71%인 9조2,000억원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금액 비중은 지난 2008년 69%, 2009년 67%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70%를 넘어섰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이들 업체들이 내부거래를 할 때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수의계약이 8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경쟁입찰은 12%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물류의 수의계약 비중이 99%로 가장 높았고 광고 96%, SI 78%였다. 반면 비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수의계약 비중은 41%에 그쳤고 경쟁입찰 비중이 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계열사에서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수주한 후 계약내용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별다른 역할 없이 중소기업에 위탁하고 일정 금액만 챙기는 일종의 '통행세'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수의계약 관행이 개선되도록 계약 방식에 관한 모범거래관행을 제시하고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경쟁입찰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기업의 비밀 유지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의계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비계열 독립기업의 성장 및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대기업 집단이 경쟁입찰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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