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조합들 "市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제와서 뒤집나" 반발

[난기류에 빠진 강남재건축] <br>"심도있는 논의" 이면엔 임대물량 확대 의지<br>가락시영 種상향 안건 상정 조차 못한것도<br>'소형비율 조정 등 코드 맞추기' 추측 나돌아<br>"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 추진력마저 잃을판"


서울 강남권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박원순 서울시장발(發) '난기류'에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는 일단 '신중한 접근'을 내세우며 개포 주공, 가락 시영 등의 재건축 계획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분한 검토'의 이면에는 '임대주택 확대' 등 박 시장의 주택정책 기조인 '공공성 강화'를 강남권 재건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서울시의 의도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단지 조합들은 한목소리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뜩이나 아파트 시장 침체로 추진동력이 떨어진 강남권 재건축이 흔들리며 사업 장기화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제19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포 시영아파트와 주공 2ㆍ4단지의 정비구역지정을 보류하고 소위원회로 안건을 내려보낸 데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식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은 지난 6월 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심의한 것이고 정비구역지정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도시계획위원들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포 주공 2단지 등의 정비구역지정이 공공성 강화 필요론에 막혀 보류됐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기부채납비율, 공원 녹지화 계획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 취임 이후 화두가 된 재건축 '공공성 강화'가 영향을 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포지구에 임대물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돼 안건이 보류됐다는 증언도 있다. 강남구청이 내놓았던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개포 주공 2단지는 121가구, 개포 주공 4단지는 199가구, 개포 시영은 135가구다. 일부 위원들은 "3종 상향을 해서라도 임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또 다른 위원은 "3종 상향을 하지 않아도 임대주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제19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구역지정이 보류된 원인 중 하나가 '임대물량 증대'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임대물량 확대가) 주요 이슈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3종 상향을 통한 임대주택 추가 논의가 위원들 간에 있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락 시영의 종 상향 안건이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점도 서울시 재건축 정책이 지금껏 추진해오던 계획보다는 박 시장의 '공공성 확대'에 부랴부랴 '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소위원회에서 검토한 것을 보완해 최대한 빨리 본회의에 재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대주택 비중, 소형평형 비율 등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재상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강남구청의 정비계획안에 대한 조합추진위의 공람 거부로 재건축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도 크게 보면 지나치게 높아진 '임대주택 비중'이 문제였다. 강남구청은 조합 추진위와 상의 없이 임대주택 1,008가구를 짓는 정비계획안을 공람하려 했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강남구청 정비계획안은 은마 추진위와 상의 없이 임대주택 비중을 과도하게 늘렸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강남권 재건축조합들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개포지구 정비구역지정 보류 결정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6월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기부채납, 임대주택, 부분임대, 높이, 아파트 배치 등을 반영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재건축 추진 과정이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장덕환 개포주공4단지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서울시에서 하라는 대로 정비구역지정 계획안을 올렸는데 지금 와서 '보류한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구청을 통해 서울시 의견이 내려오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임대주택 비중을 더 늘리라는 것은 기존 계획을 다 뒤집고 다시 하자는 것 아니냐"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강남권 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공성 강화까지 요구받게 되면 사업 장기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걱정했다. 실제 서울 역삼동의 한 재건축단지는 조합원 264가구 중 90가구가 현금청산을 요구해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집값 하락에 따른 분양수익 감소도 재건축 추진 동력을 약하게 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종 상향과 그에 따른 임대주택 확대 등의 문제를 놓고 조합과 추진위 간 의사결정 과정에서 극단을 달리고 있어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재건축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 정책에 대해 조합과 지방자치단체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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