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균형추 상실 '비틀린 경기회복'

한국경제연구원(KDI)가 20일 내놓은 ‘1ㆍ4분기 경제전망’에서 바라본 한 국 경제의 모습은 ‘비틀린 경기 회복’이란 말로 압축할 수 있다. 경기 회복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내수와 수출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균형추가 지나치게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 판이다. 경기 회복을 이끌어온 수출이 둔화될 경우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정책 도구가 마땅치 않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답 가운데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깊어지는 양극화=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6%대까지 언급한 적도 있다. 하지만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은 실망스럽다. 경상수지 흑자는 166억달러에 이를 것으 로 보인다. 수출만 잘되고 수입은 되지 않는 탓이다. 내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6%포인트였던 GDP성장률과 총소비 증가율간 격차는 1ㆍ4분기 에는 4.7%포인트로 벌어졌고, 2분기에도 3.5%포인트의 차이가 예상된다. KDI는 하반기 내수가 회복돼 연간 기준으로는 격차가 2.3%포인트에 불과할 것으로 보았지만, 말그대로 ‘기대’일 뿐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 위원은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구매력이 향상되어야 하는 데 현재 고용 상황이나 신용불량자 문제는 한 두 분기 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 다. 양극화는 산업연구원이 국내 6,05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1분기 대기업 매출은 108로 전망치(102)보다 높았고 수출기업도 104(전망치 112)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중소기업은 94(109), 내수기 업은 93(107)으로 극심한 대조를 보였다. 조팀장은 “매월 20억~30억달러 수준의 경상흑자는 GDP의 6%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수출과 내수의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현 상황 은 균형이 아니며 수출과 내수의 괴리를 확대시키지 않도록 하는 정책은 환율과 연결돼 있다”며 정부의 환율 정책을 비판했다. 수출 급증은 원자재값 상승과 맞물려 물가로 연결되고 있다. KDI는 당초 2.8%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했으나 이를 3.1%로 올렸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파급되지 않았던게 본격적으로 반영된 탓이다. 일반 서민생활과는 무관한 ‘수출주도형 성장’에 겉만 화려한 경기 회복을 이어가는 셈이 다. ◇무리한 부양책 쓰지 마라=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조 팀장은 “현재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이나 임금 상승이 아닌 수출 증가와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국내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한 상 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책 연구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강 도 높은 지적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무리한 부양책에 대한 사전 경고가 담긴 것이다. KDI는 “잦은 추 경은 재정지출의 효율성 검토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정문건 삼성경 제연구소 전무도 “현 시점에서 부양책은 의미가 없다”고 못박았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주의가 요구됐다. KDI는 ‘금리정책은 내수부양 등 특정 목적보다는 경제 전반의 총수요와 평균적 물가상황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 등 인플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