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제망신 산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임명 전부터 기행과 막말, 기자들과의 소통부재로 도마 위에 올랐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어이 사고를 쳤다. 미국에서 딸보다 어린 교포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 의혹을 사고 짐도 못 챙긴 채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과 생각을 국내외에 전하는 막중한 자리다. 입에 있어서는 대통령을 대신하는 임무를 지닌 자가 이런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 더욱이 혼신의 힘을 다해 미국 정치권과 재계에 한국을 알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일을 벌였다는 점은 그가 과연 정상인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술은 마셨지만 추행은 하지 않았다"는 윤씨의 해명도 또 다른 반감을 사고 있다. 공식적으로 여장을 푼 숙소와 떨어진 호텔에서 속옷 차림으로 젊은 여성과 술을 마셨다는 것부터 이상한 일이다. 나라의 망신이고 국민의 수치이며 국격의 훼손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사건이 발생한 후 청와대의 대응도 매끄럽지 않다. 대변인이 8일 이후부터 사라진 데 대해 수행기자단의 질의가 꼬리를 물었음에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갖은 억측을 낳았다. 인터넷사이트에 스캔들이 올라온 뒤에야 윤씨의 전격경질과 한국행을 알렸다. 만약 비슷한 일이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처리됐을까.

청와대는 마땅히 이번 사건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권력 핵심부의 근무기강과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윤창중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국정운영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사건으로 한미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등 적지 않은 결실을 거둔 박 대통령의 방미성과도 희석될 판이라는 사실이다. 하긴 당선인 시절부터 제1호 인사로 윤씨를 중용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한 당사자가 박 대통령이니 '예고된 인사 참사'라는 야당의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성의 출발은 진상을 제대로 알리는 데 있다.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라.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