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퇴직금제 보완 불가피(사설)

기업이 파산할 경우 퇴직금을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 재판소의 결정은 퇴직금제도, 금용기관담보관행, 경매절차등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동계가 크게 반발함으로써 노사관계에서 새로운 불화의 불씨로 작용할 우려가 없지 않다.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기업이 파산했을때 근로자의 최종 3개월분 임금과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은 질권과 저당권에 우선하여 변제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퇴직금에 대한 무제한 우선 변제권이 담보물건 제도의 기본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제3자를 희생시키면서 기업파산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와 근로자를 기업의 일체적인 운영주체로 판단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과 금용기관은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기업은 담보여력이 많아져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금융기관도 퇴직금만큼 자금회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가고 있고 도산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이 헌재의 결정을 반기는 것은 이해하기 충분하다. 반면 노동계는 생존권 박탈이나 다름없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사실 퇴직금은 성실한 근로자들의 생계비이자 노후생활 수단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실직자를 보호할 장치가 완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근로자들의 생계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8백57억원에 이르는 퇴직금 체불액의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모처럼 안정되어 가고 있는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 헌재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고 또 근로자도 기업도산의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인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연말까지 근로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새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우선변제의 적정 범위를 확정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고용보험제·연금보험제, 퇴직금 중간 정산제의 활성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노사평화가 깨지고 사회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으면서 근로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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