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0조대 괴자금 “신빙성 있나 없나”

◎중개인 내세워 “파격조건 사용” 대기업 유혹/실명전환 못한 사채업자 돈·사기 가능성도최근 대기업들을 상대로 잇따르고 있는 거액사채자금(괴자금) 사용제의는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가.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수천억, 수조에서 많게는 10조원대에 이르고 있는 괴자금이 금융가와 기업사이에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괴자금」은 지난해 실명전환유예기간을 앞두고 불거졌던 괴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실명전환유예기간 중이었으므로 자금 사용제의 목적이 실명전환을 위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번에는 어떤 형태로든 실명전환된 자금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입장에서 볼 때 찜찜한 구석은 있지만 자금 사용에 따른 위험이 훨씬 적어 더욱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11일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주의 사무장을 자처한 H모씨로부터 수천억대의 자금 사용 제의와 함께 한 번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파격적인 금액과 조건이 믿기지는 않았지만 일단 만나기로하고 동료와 함께 H씨 일행 2명을 모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H씨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연리 6%, 10년 후 일시상환의 조건에 사용하라는 제의를 했다. H씨는 이 자금이 실명전환되지 못한 사채며 현재 「실명전환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기부와 재정경제원 등 관계당국에서 이 자금이 묻혀있는 것보다 산업자금으로 양성화돼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을 묵인 내지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금 사용 대상을 30대 재벌을 우서으로 하고 현대 삼성은 3조원, 대우 LG는 2조원, 그외 10대 재벌은 1조원 등 기업의 규모에 따라 줄 수 있는 금액을 차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H씨는 현재 H사 등과 자금 사용을 진행중에 있으며 기업 회장이 서명한 명함 한장만 있으면 그 회사에 대한 심사를 거쳐 지원 금액의 10%를 우선 회사 통장에 입금시키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자금은 회사의 어음과 맞교환하며 이때 담보설정도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자금 사용에서 H씨등 브로커의 몫은 3.5%. 이 돈은 괴자금을 양성화되도록 길을 터준(?) 사람들의 활동비라는 것이다. 한편 전주는 양성화된 괴자금의 30%를 국가공익사업을 위한 기금조성에 사용하게 되며 이는 실명전환을 못한데 따른 추징금에 해당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결국 자금 사용은 무산됐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실명화된 자금이 전달된다는데서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괴자금 사용제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 지점장들에게 자금 사용 제의를 받은 기업인들로부터 문의전화 이어지고 있는데서도 확인되고 있다. 검찰도 괴자금 사용제의를 받은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사기나 공갈 피해를 당한 사실이 없어 지금까지의 괴자금 사건과는 다른 것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련자들은 이번 괴자금이 실명전환되지 못한 사채업자들의 돈이며 안기부 재경원을 들먹이는 점등으로 볼 때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자금 전달방식이나 자금의 실명전환 상태 등 이전의 괴자금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 단순히 실명전환을 위한 사기극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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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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