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문제로 인해 부안은 물론 온 나라가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에 대한 반대시위로 많은 주민과 경찰들이 부상을 당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에서 그동안 짧지 않은 공직기간 중 느껴보지 못한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이 사업이 사사로운 일이거나 개인적인 영리사업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의 4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원자력 덕분에 싼 전기를 쓸 수 있었으며 국제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받아온 우리나라로서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고 또 중요한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도저히 피해갈 수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원자력을 포기할 경우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성급히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우리 국민이 그러한 선택을 할 것인지 되물어보고 싶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적법한 행정행위라도 이를 추진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현실이 돼버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금까지 지적돼온 절차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절차보완을 계기로 어느 지역이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지역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최적의 부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정말 안타까운 사실은 원전수거물관리시설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은 죽음이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주변에 사는 처녀는 시집가서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기형아를 낳는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주변은 농수산물의 판로가 막혀 장사가 안된다`는 등의 유언비어로 주민들에게 크나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지 25년이 지났고 그간 수만명이 원전에 종사했다. 내가 본 원전 근무자나 가족들은 현재 어느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씩씩한 삶을 살고 있다. 가까운 예로 이들 근무자 중 한 사람의 딸이 이번달에 산자부의 유능한 직원과 결혼하기로 돼있다. 똑똑한 직원이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면 장가들 생각인들 할 수 있었겠는가.
방사능 물질은 관리만 잘하면 환경이나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는 이미 해외 여러 국가들의 운영사례에서 알 수 있다. 세계 어느 민주정부가 국민의 안전이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시설을 주민에게 강요하겠는가. 대한민국 정부가 위험한 시설을 설치하면서 주민들을 속이려고 하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었다면 그런 정부는 존재가치조차 없다고 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는 믿지 않는다. 정말 원전이나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이 일을 말릴 것이다. 이제 이런 문제만큼은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은 우리가 원자력의 혜택을 향유하고 있고 원전수거물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이 시설의 건설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작은 명분이나 논리, 감정적인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사람이나 찬성하는 사람 모두 국가와 우리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은 동일할 것이다. 진정 국가와 우리 지역을 사랑한다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냉정하게 판단하자. 솔로몬 왕의 재판에서 지혜를 배우자. 서로의 주장을 내세워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지 말자. 발전된 국가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김신종<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