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서 첫 시집 펴낸 중국 부호 뤄잉 "시를 마음껏 쓰려고 돈 열심히 벌었죠"

부동산·리조트 대기업 중쿤그룹 대표<br>中36위 부호… 서해안 레저타운 구상중

"어려서부터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힌 집안에서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때 시를 읽으면서 시의 세계에서는 신분이나 고통이 없다는 것을 느꼈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첫 시집 '작은 토끼(자음과모음 펴냄)'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 시인 뤄잉(55ㆍ사진)의 본명은 황누보(黃怒波). 중국 부동산ㆍ리조트 분야의 대기업 중쿤그룹의 대표이자 중국에서 36번째 부호다. 중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회원제 휴양시설을 운영하고 부동산투자를 하는 기업 대표인 그는 중국시가학회 이사, 베이징대 시가센터 중국신시연구소 부소장 등 시와 관련한 활동도 활발히 하는 시인이다. 7일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열린 출간기념간담회에서 그는 "나는 원래 시인이었다"며 "시를 쓰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시인인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뤄잉이 시를 쓴 계기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 때문이었다. 두 살 때 반혁명분자로 지목된 아버지가 자살하는 바람에 그는 잘 곳이 없어 무덤가에서 밤을 지새기도 했다. 하지만 시를 읽으면서 고통을 이겨냈고 기업가로 성공한 뒤에도 시작(詩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기업가, 그것도 부동산사업으로 성공했지만 그의 작품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도시의 발전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시집 제목인 '작은 토끼'에 대해 "산업화 사회에서 통제되고 너무 쉽게 소비되는 작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회가 너무 급성장하다 보니 빈부격차가 심해졌어요. 사람과 토끼의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바라는 마음에서 시를 썼지요." 최근 그는 시보다 본업으로 해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지난달 아이슬란드 북동부 그림스스타디르아피욜룸 지역에 위치한 땅 300㎢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이슬란드 국토의 0.3%를 차지하는 엄청난 땅을 사들인 그가 과거 중국 정부의 관료를 지냈다는 점을 거론하며 '중국의 미심쩍은 투자'라고 보도했다. 그는 이에 대해 "친한 친구가 아이슬란드인인데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이슬란드에 투자하라고 권유해 땅을 샀다"며 "아이슬란드뿐 아니라 미국ㆍ덴마크 등에도 땅을 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의 땅을 사들여 세계적인 레저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레저타운을 시작활동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각 지역에서도 많은 투자 제의를 받았다"며 "서해안에 레저타운을 개발해 중국과 연결하는 관광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벌어들인 돈을 자국의 문학 발전을 위해서도 쓰고 있다. 3,000만위안(약 5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중국 시인들을 지원하거나 시집 출간에 보태고 있다. "돈은 계속 열심히 벌어야지요.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시를 마음껏 쓰기 위해서입니다. 제 평생의 꿈은 시인으로 활동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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